[한국스포츠경제 채성오] 김정주(48) 넥슨 회장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재팬 주식 특혜 매입,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 부동산 부당거래 의혹에 이어 조세회피처를 통한 세금포탈 정황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자수성가한 1960년 이후 출생 기업인 50명의 주식 자산을 집계한 결과 1위(약 2조8,756억)를 차지했을 만큼 신흥부호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불명예스러운 의혹에 휩싸이게 됐다.

■ 넥슨 재팬 지분, 유럽법인으로 대거 이동

김 회장에게 세금 포탈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일본 상장 이후 조세회피처의 역외펀드 지분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조세회피처란 자본 및 무역거래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지 않거나 극히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곳으로 전 세계 약 40여곳에 분포돼 있는 상황이다. 이 곳에 주소를 둔 법인의 경우 문서만으로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가 대부분으로, 각종 규제와 세금을 피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 김정주 넥슨 회장과 NXC 제주 본사. 사진=연합뉴스

27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넥슨 일본법인 사업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기준 엔엑스씨(NXC)가 보유한 넥슨 재팬 지분은 38.61%로 2012년 9월 대비 15.75%포인트 낮아졌다. NXC는 김 회장 부부가 69.6%의 지분을 보유한 넥슨의 지주회사다.

반면 넥슨의 유럽법인 NXMH B.V.B.A가 보유한 지분은 같은 기간 8.92%에서 19.26%로 10.34%p 높아졌다. NXMH B.V.B.A도 김 회장 부부가 70%에 가깝게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NXC가 100% 출자한 역외법인이다.

2009년까지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네덜란드에 위치해 있다가 벨기에로 주소를 옮겼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NXC의 지분이 넥슨 재팬의 주식 자산 1조5,000억원 가량이 매매를 통해 계열 역외펀드에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 유럽법인 몸집 불려 배당소득세 아꼈나

NXMH B.V.B.A는 'BrickLink(홍콩)' 'NXMH LLC(미국)', 'NXMH AS(노르웨이)'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으며 2013년 유아용품과 가구 제조 판매업체인 노르웨이의 'Stokke AS'를 인수해 17개 손자회사도 두고 있다.

NXMH B.V.B.A의 자본금은 2009년 133억원에서 넥슨 재팬 주식을 대거 매집하기 시작한 2012년 말 8,534억원으로 급증했다. 자산총액의 경우 2009년 134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5,377억원으로 6년여만에 115배로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배당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유럽법인으로 지분을 분산시킨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지주회사 NXC 지분을 줄이는 동시에 조세회피처 역외펀드 지분을 늘렸다는 이유에서다.

배당소득세는 법인의 이익이나 잉여금의 배당, 자본전입으로 인한 무상주식 등 배당소득이 발생한 경우 부과되는 세금을 말한다. 배당소득에 대해 15%의 세율을 적용하는데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유럽법인의 지분율을 높이면 배당소득세 역시 감소한다.

실제로 2014년과 지난해 넥슨 재팬은 연간 주당 10엔씩의 현금배당을 진행했고 NXMH B.V.B.A는 2년간 배당금으로만 약 167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부기구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에 대해 “김 회장이 넥슨 재팬 주식을 저가에 현물출자한 후 NXMH B.V.B.A와 NXMH B.V에 각각 7,729억원, 264억원의 이익을 주는 한편 NXC에 7,993억원의 손실을 초래하는 등 횡령 및 배임, 조세포탈을 자행했다”며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에 관련 내용을 담은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넥슨 측은 “해외 법인이 현지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산 일부를 넘긴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 의문의 주주들, 검은 머리 외국인 혹은 조세회피처?

김 회장의 세금포탈 의혹은 넥슨 재팬 주주의 정체가 의문스럽다는 점에서 무게를 더한다.

현재 넥슨 재팬의 주주는 38.61%의 지분율을 보유한 NXC 코퍼레이션, 유럽법인으로 알려진 NXMH B.V.B.A(19.26%) 외에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 넥슨 재팬 상위 10대 주주. 자료 제공=재벌닷컴. 그래픽=한국스포츠경제

특히 지난 3월말 기준 넥슨 재팬 지분 4.75%를 보유해 3대 주주에 등재돼 있는 CBHK-KOREA SECURITIES DEPOSITORY-SAMSUNG는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지분 가치를 보유중이다.

CBHK는 씨티은행 홍콩 지점을 뜻하며, KOREA SECURITIES DEPOSITORY의 경우 한국예탁결제원, SAMSUNG은 삼성증권을 일컫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주주의 경우 삼성증권이 예탁결제원에 의뢰해 홍콩에 개설된 계좌를 사용하고 있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국내 증권사와 예탁결제원을 거쳐야 거래가 가능하다. 현재 이 계좌는 특수인의 단일 소유가 아닌 다양한 투자자들의 연합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해당 주주의 경우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계좌를 해외에 둔 채 단기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한국인일 것으로 추정했다.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추정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홍콩을 거쳐 넥슨 재팬의 주식을 취득해야 하는 배경에 의문이 든다는 것.

이 밖에 CBNY-ORBIS SICAV(1.86%)와 CBNY-ORBIS FUNDS(0.94%)가 각각 조세회피처로 이용되는 룩셈부르크와 버뮤다에 주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내 정서상 조세회피처에 대한 반감이 짙지만, 관련 지역에 법인을 설립해 외환거래법상 신고 의무를 준수하면서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김 회장이 2006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넥슨홀딩스 주식을 절반가에 인수한 후 1,000억원대 자금을 챙겼다는 의혹까지 받는 상황에서 유럽법인 지분 확대 역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