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법률 분야 인공지능 도입 확대…기술·제도·윤리적 보완 과제 남아
에스토니아서 AI 법정 조성 나서... 내년부터 국회서 인공지능 법령정보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과거 영화배우 실베스타 스텔론이 출연했던 '저지 드레드(Judge Dredd)'라는 영화가 상영된 적 있다. 이 영화에 출연한 실베스타 스텔론은 판사이면서 경찰, 심판자였다. 도시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의 헬멧 안경을 통해 범죄자와 선량한 시민이 구분된다.

영화 속에서만 존재해 왔던 인공지능 기술이 법조계에도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아닌 현실 속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판사가 등장했다. 인구 130만 명에 불과하지만 동유럽의 디지털 강소국인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는 AI가 판사 역할을 할 법정이 만들어 지고 있다.

지난 18일 개최된  ‘AI와 법 그리고 인간’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움직이 발표됐다. 첫번째로 진행된 ‘사법, AI를 만나다'라는 주제 세션에서 좌장을 맡은 고학수 서울대학교 교수를 비롯한 발표자들은 미래 법조계의 변화에 대해 논했다. 고 교수와 함께 팀황 피스칼노트 대표, 카이 헤르만드 에스토니아 법무부 차관(판사), 데이비드 페라로 구글 수석기술 전문가, 유병규 삼성SDS 전무(법무실장), 김현기 엑소브레인 연구총괄책임자 등이 차례로 발표자로 나섰다.

카이 헤르만드 에스토니아 법무부차관(판사). /이승훈 기자

카이 에스토니아 법무부 차관(판사)은 “에스토니아는 ‘X로드’를 통해 국민들의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며 “정형화된 유형이라 분쟁 가능성이 낮은 소액재판에서 AI 판사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토니아는 ‘X로드(X-Road)’라는 전 국민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7000유로(910만원) 이하의 소액재판에 대해 AI 판사를 쓰기로 했다. 국민에게 신속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판사에게는 좀 더 크고 중요한 사건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에스토니아는 지난 2005년부턴 전자투표를 허용, 노트북에 전자주민증을 넣어서 인증하면 투표를 할 수 있다. 여전히 반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도입 10여 년이 지난 만큼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어 에스토니아 정부는 전자주민증에 전 국민의 각종 정보를 담는 '빅데이터' 사업을 진행했다. 국민의 의료와 세금, 부동산, 사업, 재판 기록 등을 99% 디지털화 했다. 이렇게 디지털화한 것을 바탕으로 소액재판에 AI 판사까지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팀황 피스칼노트 대표는 “세계는 반응에서 기대로의 엄청난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면 법 분야에서 과거에는 사건이 오면 반응(reacting)하는 것에서 미래에는 축적된(데이터화된) 판례로 예측(anticipating)하는 것이 더 중요해 진다는 얘기다.

데이비드 페라로 구글 수석기술 전문가. /이승훈 기자

물론 AI판사 등 법률 분야의 인공지능 도입에 대한 다양한 우려도 제기됐다. 데이비드 페라로 구글 수석기술 전문가는 이러한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한 AI를 대하는 구글의 원칙들을 소개했다. ▲사회적으로 유익하게 ▲불공정 한 편견을 만들거나 강화하지 않도록 하기 ▲안전을 위해 구축 및 테스트 하기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기 ▲프라이버시 디자인 원칙 통합 등 7가지 원칙이 있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리걸 인공지능'(Legal AI) 도입 움직임은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리걸 테크(Legal Tech)는 다양한 기업과 로펌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많은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AI 기술과 사용성에서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유병규 삼성 SDS 법무실장(전무)는 “국내 리걸 테크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 전자화 된 법률 데이터 확보 및 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적, 기술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판결문, 계약서 등 활용 가능한 법률 전자 데이터 확보 ▲데이터 경제의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제도적 장치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등 IT 기술 활용 시 데이터 보안의 안전성 확보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김현기 엑소브레인 연구총괄책임자는 내년에 국회도서관에 도입 예정인 법률분야 심층질의응답 시스템을 소개했다. 해당 시스템은 국회도서관의 법률 입안/심사와 관련된 조사업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령 정보 질의응답 서비스다. 국내 법령(1456건) 및 35개국 헌법(번역본)대상 단답형/서술형 QA서비스를 제공한다.

김현기 연구총괄책임자는 '편향성에 치우치지 않고 일정한 성능 이상을 내는 AI판사가 나올까?'라는 질문에 “기술이 100%가 됐다 하더라도 법률적·사회적·윤리적 문제가 도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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