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조현아 전 부사장, 조원태 회장에 직격탄... 조 회장 경영에 불만 품은 듯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한진그룹 남매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두고 갈등이 점화됐다는 분석도 있는 가운데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어 경영권 전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갈등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선전포고에서 시작됐다. 지난 23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선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뜻과 다르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냈다.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엔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담겨있다.

법무법인 원은 "조 전 부사장은 작고한 고 조양호 회장의 상속인 중 1인이자 한진그룹의 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지에 따라 한진그룹을 지속해서 성장,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선대 회장은 생전에 가족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말씀하시는 등 가족에게 화합을 통한 공동 경영의 유지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원은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상속인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지적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발언에 한진그룹은 같은 날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 작고 이후 한진그룹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 및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라며 "이것이 곧 고 조양호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고 믿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따라 행사돼야 합니다"라면서 "최근 그룹이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변화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금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며 우려했다.

사진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사진=한진그룹 제공)

한진가는 고 조양호 전 회장의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인 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눴다. 그 결과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원태 회장 6.52%, 조현아 전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고문 5.31%로 각각 바뀌었다. 유족의 지분율이 거의 균등하게 상속돼 향후 경영권을 두고 분쟁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나 한진그룹은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총수) 지정과 관련한 서류 제출을 늦추다가 공정위 직권으로 지정한 날 이틀 전에야 공정위에 스캔본으로 제출한 것을 두고 한 차례 ‘남매의 난’이 불거지기도 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를 두고 "가족 간 협력을 안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면서 "제가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없고 형제들끼리 잘 지내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친이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앞으로 나한테 결재 올리지 말고 네가 알아서 하되 누나·동생·어머니와 협조해서 대화해서 결정해 나가라'고 했다"며 "자기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세 명(세 자녀)이 함께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이 뉴욕간담회서 밝힌 '사업구조조정 및 재편이' 자신을 염두해 둔 발언이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내에서 비수익성 사업으로 낙인찍힌 호텔사업부가 향후 사업구조조정이 이뤄지거나 매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조 부사장이 호텔사업부를 이끌어 왔는데 사업이 구조조정이 되거나 매각되면 돌아갈 곳이 없어진다.

또한 형제들 사이에서도 한진그룹 내 직함이 없는 주주로만 남게 된다. 이 경우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상속에 따른 6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주식매각 밖에 없어지게 된다.

이 경우 조 전 부사장 주식의 항배에 따라 조 회장 일가의 경영권도 위협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남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한진칼의 지분을 최근 추가하며 몸집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내년 3월 조원태 회장이 사내이사 임기를 앞두고 있고 KCGI와의 표 대결이 예상돼 내년 예고된 주주총회에 한진그룹 경영권의 향방이 달려있다는 평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앞서 23일 한진칼의 주식 지분을 직전 보고일인 5월 28일의 15.98%에서 추가 취득해 17.29%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한진칼의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총 28.94%이며, KCGI의 지분은 총수 일가 등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17∼18일 한진칼 주식 24만7601주를 추가 취득했고, 특별관계자인 엠마홀딩스와 캐트홀딩스가 지난 13∼18일 각각 25만4698주와 27만2089주를 취득했다.

KCGI는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주요 계열사 한진의 지분을 사들이며 한진그룹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왔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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