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지상파 방송 3사의 연말 가요 프로그램이 올해따라 유독 시끄럽다.

먼저 논란이 촉발된 건 SBS '2019 가요대전'에 출연한 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웬디가 부상을 당하면서다.

25일 방송된 '가요대전'에서 웬디는 다른 그룹 멤버들과 함께 영화 OST로 무대를 꾸밀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홀로 리허설을 진행했고, 금만 2.5m 가량이나 되는 높이에서 떨어졌다.

이 이야기는 팬들 사이에서 금방 퍼져나갔지만 SBS 측은 '2019 가요대전' 방송이 시작될 때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만 두 차례에 걸쳐 웬디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얼굴에 부상을 입고 손목, 골반 등에 골절상을 입었다고 알렸다.

방송이 시작된 이후 SBS가 내놓은 입장도 성의없기 그지없었다. 사고의 배경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 않고 당사자에 대한 사과 없이 무대를 보여드리지 못 해 팬들과 시청자들에게 죄송하다는 입장이었다.

레드벨벳의 웬디.

뒤늦게 사고 원인이 밝혀졌다. 26일 연예 매체 디스패치는 웬디가 대본대고 2층 터널에 올라갔다 노래에 맞춰 계단으로 내려갈 준비를 했는데, 리프트가 올라오지 않아 중심을 잃고 무대 아래로 떨어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어두운 곳에서 출연진이 움직일 때는 동선 파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마킹 테이프를 붙여 두지만 당시엔 마킹 테이프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31일 방송되는 '2019 MBC 가요대제전'은 그룹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열리는 미국 ABC 방송의 신년 전야 특집 프로그램 '딕 클락스 뉴 이어스 로킹 이브' 출연으로 인해 MBC의 '2019 가요대제전'에 참석하지 못 하게 됐고, 이 의사를 지난 10월 MBC 측에 전달했다. 이후 같은 소속사 그룹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소속 레이블인 그룹 여자친구의 '2019 가요대제전' 출연이 불발됐다.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그룹 여자친구.

MBC 측은 이 같은 논란이 일자 갑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출연자 캐스팅에 대해선 PD의 고유 권한이라고만 밝혔다. 업계에서는 방탄소년단이 '2019 가요대제전' 불참 의사를 전달한 뒤 같은 회사 가수들의 MBC 출연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물론 한 해를 갈무리하는 가요 축제에 이번 해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방탄소년단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건 MBC 입장에선 아쉬운 일일 것이다. 특히 방탄소년단이 SBS, KBS의 연말 가요 프로그램엔 등장하니 아쉬운 것을 넘어 자존심이 상한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억하심정으로 같은 소속사나 레이블 가수들의 출연을 제한한다면 과연 연말 가요 프로그램을 공정하게 꾸릴 의사가 있는 것인지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의심을 제기할 만하다.

그간 방송사 및 각종 음원 사이트들의 연말 가요 시상식 및 페스티벌은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을 대중에게 꾸준히 받아 왔다. 해외 시상식 무대를 따라하는 듯한 무대 구성에 특정 소속사에 대한 상 몰아주기, 논란 연예인의 복귀 무대 활용, 공정성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수상자 구성이 거의 모든 연말 가요 축제에서 매년 반복됐다. 각 시상식 및 페스티벌마다의 개성은 사라지고, 그저 인기 있는 아이돌 가수들을 최대한 많이 불러서 팬들에게 티켓을 팔겠다는 의지, 혹은 주최사의 힘을 과시하겠다는 의지만 읽혀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와중에 출연자에 대한 안전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또 방송사가 기획사나 연예인들을 상대로 갑질까지 하고 있다는 논란까지 나오니 "연말 가요 프로그램 그냥 폐지하라"는 누리꾼의 질책이 쏟아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한 관계자는 "음악 비즈니스 선진국들을 가 보면 이렇게 온갖 시상식이 난무하는 경우가 없다. 게다가 시상식은 한 해 활동을 열심히 한 뮤지션들을 치하하고 대중에게 좋은 무대를 보여주겠다는 기본 의도에 충실하다"면서 "그런 반면 한국 연말 시상식들을 보면 죄다 자기네 힘 자랑이다. '내가 이만한 가수들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한 해 동안 우리가 이렇게 많은 성과를 냈다'고 자기들 잔치만 하는 것 같다. 그러니 시상식에 권위가 생길 수가 있겠나. 시상식의 주인공이 누구여야 하는지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진=SBS, MBC 연말 가요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 캡처, 한국스포츠경제 DB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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