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삼성전자가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연말 휴가를 마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왔다. 삼성전자 이야기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우려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는 와중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견조한 상승세를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수세 덕분이다.

8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밝힌 지난해 4분기 잠정 매출액은 59조원, 영업이익은 7조1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의 신호탄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양호한 실적을 확인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더욱 공격적인 매수세를 보였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427만주 이상 사들였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대비 1000원(1.79%) 오른 5만6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3% 가까운 급등세를 보이며 5만7400원까지 주가가 올랐으나,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등 대외악재로 인해 상승 폭을 다소 반납했다.

이날 기관은 9만주 가까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으며, 개인 투자자들은 홀로 414만주 이상 순매도에 나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4거래 중 3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은 각각 2거래일만 순매수를 기록했다.

매수 물량면에서도 단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눈길을 끈다. 외국인들은 최근 4거래일 동안 600만주 이상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동안 기관과 개인은 모두 순매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이후 목표주가를 기존 6만3000원에서 7만4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도현우 연구원은 "올해 메모리(반도체) 업황 개선 본격화에 따른 반도체 부문 실적 개선이 가능하고, 폴더블 및 5G 수요 본격화에 따른 IM 부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44조2000억원 수준으로 전년대비 60% 가량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10.2배로 글로벌 경쟁사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날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함께 목표주가를 7만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이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를 보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양재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당순이익(EPS)이 늘어나는 국면에서 주가도 호조세를 보였던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예상했다. 그는 또 "메모리 업황 회복과 더불어 비메모리 사업 가치도 재조명될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하드웨어 생산업체 중 이익성장성이 가장 부각되고, 밸류에이션 역시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최근 미국과 이란 사이에 군사적 충돌로 인한 투심악화와 최근 주가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조정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중기적으론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EPS는 50% 이상 감소했으나, 주가는 44%나 상승했다"면서 "극단적 저금리 환경에서 실적 개선 폭이 큰 반도체 섹터에 대한 시장의 선호도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은 이제부터 본격화된다"며 "낸드에 이어 1월부터는 서버 디램의 가격 상승이 기대되어, 반도체 중심으로 실적이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제시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6만5000원이다.

한편,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11% 떨어진 2151.31포인트로 마감됐다. 코스닥은 무려 3.39% 급락세를 보였다. 개장전 이란이 미군부대에 미사일 공격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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