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 중국에 1-0 승리
답답했던 공격, 후반전 추가시간에 결승골
강약조절 및 정확한 공격 필요
김학범호가 9일 열린 중국과 AFC U-23 챔피언십 C조 1차전에서 이동준(가운데)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심재희 기자] 축구라는 스포츠가 참 묘하다. 개인 능력이 더 좋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무조건 이기지는 못한다. 점유율에서 앞서고 경기를 주도하며 슈팅을 훨씬 더 많이 기록해도 질 때가 있다. 전력이 더 강한 팀이 시쳇말로 '말리는' 경우가 적지않다. 의외의 결과가 많이 나오며 '각본없는 드라마'라는 표현이 가장 잘 맞는 종목이 바로 축구다. 돌려 보면, 예측불허 속에서 손에 땀을 쥐고 집중해서 끝까지 봐야하기에 축구가 더 재미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 대표팀(올림픽 대표팀)이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C조 1차전에서 중국을 천신만고 끝에 꺾었다. 중국이 예상보다 강해서가 아니다. 개인 능력의 우위와 준비한 전형 및 전술을 경기력에 긍정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며 고전했다. 너무 뻔한 플레이가 이어져 답답하게 시간을 보냈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수비에 중점을 둔 중국을 상대로 정공법 위주로 경기를 진행했고, 후반전 추가시간까지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 공격수들은 중국 수비수들보다 빠르고 기술도 좋고 제공권도 앞섰다. 하지만 92분 동안 골을 만들지 못했다. 우리의 강점을 알고 대비한 중국 수비진의 최종라인을 뚫지 못했다. 미드필더들의 창의적인 패스도 거의 없었고, 세트피스 공격도 위력적이지 않았다. 계속 두드렸지만 실속이 떨어졌다. 공격의 강약 및 템포조절이 안 돼 상대 호흡을 흔들지 못했고, 후반전에는 중국의 역습과 세트피스 공격에 불안한 시간을 맞기도 했다.

김학범호는 중국전에 4-2-3-1 전형을 기본으로 나섰으나 효율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그래픽=심재희 기자

마지막 순간 단순한 플레이가 골 갈증을 풀어줬다. 체력이 거의 바닥난 경기 종료 직전 후방에서 길게 롱 볼을 날리고 스피드와 기술이 좋은 선수가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잡아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이동준이 후방에서 날려준 김진규의 긴 패스를 받아 절묘한 터치로 수비수들을 따돌렸고, 빠르게 왼발 슈팅을 연결해 굳게 닫혔던 중국 골문을 열어젖혔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대표를 포함한 연령별 대표팀 경기를 지켜보면, 확실히 이전보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매우 좋아졌다. 유소년 시절부터 갈고닦은 탄탄한 기본기의 영향이 크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완벽한 작품을 만들려 한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화려하지만 공격의 마지막 순간에 힘이 빠지는 경우가 적지않다.

김학범호도 똑같았다. 중국과 대결에서 후반전 단 두 차례 유효슈팅에 그쳤다. 그 중 하나가 결승골로 연결됐다. 92분 동안 복잡하게 생각하며 공격을 완벽하게 만들려고 했지만 실속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마지막 공격에서 단순한 패턴으로 천금 같은 득점에 성공했다. 축구가 그렇다. 때로는 단순한 것이 최고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단순함을 포함한 다양한 공격. 9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 첫 단추를 잘 채운 김학범호가 얻은 교훈이다.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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