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문화 콘텐츠 산업은 여타 분야에 비해 압도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산업으로 선망의 대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대중문화의 즐거움을 누리는 수요자에서 부가가치의 혜택을 누리는 공급자를 희망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에 한국스포츠경제 연예문화부 기자들이 나서 그 동안 전문가들이 미처 다루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경제학 이면을 찾아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코너를 진행합니다. <편집자 주>

사드 갈등 이후 얼어붙은 중국과의 관계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과 중국인 단체 관광객 방문, 시진핑 주석의 방한 가능성으로 인해 한한령(限韓令)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중국 시장이 점차 열릴 기미를 보임에 따라 대형 콘텐츠사들의 주가 역시 올해 상승할 전망이다.

■ 대형 콘텐츠 제작사, 주가 상승세

CJ EN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날개를 단 모양새다. 전일 종가 8만7000원, 고가 8만8500원, 저가 8만5500원, 시가 총액 2조4219억(14일 기준)을 기록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해 31편의 드라마를 제작하고 방영하는 등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중국 시장이 열릴 시 연간 400억원의 영업 이익 증가가 가능하다고 점쳤다. 삼성증권은 스튜디오드래곤이 올 해 큰 도약의 시기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목표주가 역시 9만4000원에서 10만8000원으로 올렸다.

최민하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OTT) 론칭으로 콘텐츠 수요가 점차 늘어날 개연성이 크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 업종은 중국 판매가 재개되면 이익 효과가 크다. 한한령 기간 방영된 구작 판매와 신규 대작의 동시 방영권 판매로 추가적인 이익 개선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마찬가지로 드라마 및 영화 IP투자, 영화관을 보유한 종합미디어그룹 제이콘텐트리도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베스트 투자증권은 제이콘텐트리의 목표주가를 5만5000원으로 유지했다. 제이콘텐트리는 스튜디오드래곤에 이어 올해부터 3년 간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판매하는 계약을 마쳤다. 이번 계약이 제작비 지원 비율 상승에 기여해 해외 판권 가격 역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이콘텐트리는 지난 해 말 영화 제작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와 배우 하정우가 수장으로 있는 퍼펙트스톰필름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비에이엔터테인먼트는 ‘최종병기 활’ ‘터널’ ‘범죄도시’ 등을 제작한 회사이며 퍼펙트스톰필름은 ‘싱글라이더’ ‘백두산’ 등을 제작했다. 이미 그 전에 드라마, 영화제작사인 필름몬스터도 인수한데다 자회사인 제이티비씨콘텐츠허브 소속 드라마하우스까지 포함하면 총 4개 부문의 콘텐츠 제작사를 소유하고 있다. 극장으로는 메가박스, 방송사 JTBC와도 한 배를 타고 있다. ‘콘텐츠 공룡’인 셈이다.

제이콘텐트리가 IP(지적재산권)를 보유하고 있는 쇼박스 역시 올해 좋은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2020년 연결기준 매출액 1184억원, 영업이익은 지난 해보다 218.3% 급증한 101억 원을 전망했다.

쇼박스는 오는 22일 개봉하는 텐트폴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시작으로 JTBC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로 드라마 제작에도 본격적인 발을 들이며 주식 시장의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제작비를 많이 들인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의 라인업 역시 풍성하다. 여름 개봉 예정인 ‘씽크홀’(제작비 약 130억 원)과 12월 개봉 예정인 ‘비상선언’(제작비 약 300억 원) 등 총 8편의 영화를 배급한다.

■ 수직계열화 구조에 양극화 우려도

이처럼 ‘콘텐츠 공룡’으로 불리는 기업들이 중국 시장이 열리면서 다시 한 번 부흥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기업 위주로 쏠리는 수직계열화 구조에 양극화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한한령이 해제된다해도 흥행이 보장되는 텐트폴 작품이나 대형 제작사의 작품 위주로 한류가 흘러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콘텐츠 수출 길이 열린다면 흥행 대작 제작 역량을 보유한 스튜디오드래곤과 제이콘텐트리의 수혜가 예상된다. 중소형 제작사보다 대형 제작사에 수혜가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저마다 다른 색깔로 관객들의 발길을 당겼던 영화제작사들 역시 수직계열화 구조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기업 산하에서 고유의 색을 유지하며 독창적인 작품들을 배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이 존재한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중국시장을 겨냥해 흥행이 보장된 작품 위주로 제작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어떤 시너지를 낼 지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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