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 일부 경기지표 바닥 탈출 징후 보이지만
정부 정책기조 바뀌지 않으면 한계 직면할 것
총선 맞아 기업과 부자도 포용하는 정책 펼치길

경기 회복 기대감이 솔솔 일고 있다. 연초부터 국내외 증시가 달아오르며 분위기를 돋구는 가운데 일부 경기지표가 실제 호전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의 완화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도 줄어들었다. 특히 한국 경제를 먹여살리는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치고 살아나는 모습을 뚜렷히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경제가 반등 징후를 보이고 있다.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은 ‘빛좋은 개살구’다. 내수에 의존해 사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장사가 안돼 계속 한숨을 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괜찮은 일자리는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반도체 등 국제경쟁력을 갖춘 수출 대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납품 관계를 가진 기업들은 한결 나은 환경을 맞은 게 사실이다. 여윳돈이 많아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올 상반기 중에는 짭짤한 재미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한 달 전보다 0.13포인트 오른 99.10고 나타났다. 두 달 연속 상승흐름이다. 일반적으로 이 지표가 100을 밑돌면서 오름세를 보이면 향후 6개월 이내에 경기가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도 한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80%를 넘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국으로 인식돼 왔다. 거꾸로 무역분쟁이 완화되면 한국이 최대 수혜국이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국제 반도체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1월 수출은 소폭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무역분쟁에 관한 불확실성이 완화하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고 교역을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정부와 한은의 전망치인 2%대 중반까지 올라가고 일반 국민도 경기가 나아진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경기지표의 회복이 반도체 등 일부 수출산업에 국한되고 있다. 각종 조사들을 종합하면 기업들은 수출이 늘고 수익이 개선되더라도 국내에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늘릴 의사가 없다고 답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의 친노동-반기업적 정책과 시장 여건을 무시한 각종 규제책으로 국내 투자의욕을 상실했다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투자를 늘려야한다면 해외로 나가고 이를 계기로 국내 생산시설까지 함께 해외로 옮기고 싶다는 기업이 많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방위 압박정책은 건설경기를 이미 얼어붙게 만들었다. 

경제활동을 포기한 사람 중 '쉬었음' 인구는 작년 말 200만을 처음으로 넘어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올해 줄어들기는커녕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등 일부 수출 산업은 경기회복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업종과 내수 부문까지 경기 회복세를 느끼려면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2.5~2,6%) 이상의 성장세를 나타내야 한다. 현재로선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주식시장은 상승흐름을 당분간 이어갈 공산이 크다. 시중 여유자금이 반도체 등 수익개선 종목으로 계속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업황이 바닥을 찍고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튀어오르는 속성이 있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고강도 규제도 시중 자금의 물꼬를 주식시장쪽으로 돌리게 하고 있다.

외국 자본도 한국 주식 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가 3만선까지 질주하자 한국 등 신흥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싸보이는 저가 매력이 부각된 덕분이다. 다만 되는 종목과 안되는 종목간의 옥석구분, 주가 차별화를 유념해야 한다. 

오는 4월 총선은 경제에도 큰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를 정책 변수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총선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꾸면 경기의 상승흐름은 내실을 다지며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과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친노동-복지확대 일변도의 정책에서 탈피해 기업-노동 균형, 규제개혁,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펼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말로만 ‘혁신적 포용성장’을 외칠 뿐 시장을 외면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경제를 살리려면 노동자와 저소득층만 포용해선 안된다. 미우나 고우나 기업과 부자도 포용해야 한다. 여기서 투자와 일자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4월 총선을 맞아 정부가 경제 현장의 소리를 경청하며 진정한 포용과 혁신성장의 길로 나설 수 있을까? 올해는 정책 기조가 한결 유연해져 경제가 제대로 기지개를 켜길 희망해 본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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