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씨네] '남산의 부장들', 왜곡 없이 그려낸 근현대사
[이런씨네] '남산의 부장들', 왜곡 없이 그려낸 근현대사
  • 최지연 기자
  • 승인 2020.01.21 00:10
  • 수정 2020-01-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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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최지연 기자]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집권 18년의 대통령 박정희를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이 날을 포함한 이전의 40일을 현실감 있게 다룬다.

'남산의 부장들'은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 대통령(이성민)에게 버림받은 후 미국에 망명을 요청하고 미 하원의원에게 정권의 치부를 폭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를 말리기 위해 그의 친구이자 현 중앙정보부장인 김규평(이병헌)이 직접 미국으로 찾아가지만 "각하는 2인자 안 살려놔"라는 말을 듣게 되고 김규평은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는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을 경계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1990년부터 2년 2개월 동안 연재된 김충식 기자의 취재기를 엮은 동명의 책을 바탕으로 했다. 방대한 양의 취재록 가운데 중앙정보부 마지막 40일의 순간만을 추려냈다.

실존 사건과 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실존 인물의 이름은 가명 처리했다. 극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홍일점 로비스트 데보라 심(김소진)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더했고 현 중앙정보부장 김규평과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이 친구라는 설정도 더했다.

관객이 영화 속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특성상 인물에게 감정이 동화될 수 밖에 없지만 이 영화는 그런 논쟁거리를 없앴다. 모든 사건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바라봄으로 인해 정치적인 평가는 관객의 몫으로 남겼다. 누구 하나를 옹호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였다.

또한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가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 몫 했다. 이병헌은 김규평의 심리 상태를 눈빛으로만 드러낸다. 움직임이 크지 않고 대사도 많지 않아 자칫 답답할 수 있지만 잔잔하게 그려지는 심리 변화가 압도적이다. 이성민은 부와 권력에 대한 욕심과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심리를 몰입도 있게 그려냈다. 영화의 초반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더해지는 피로감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다. 첫 장면부터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곽도원의 연기 역시 끝까지 몰입도를 높였다.

이희준도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25kg를 찌우면서 인물과의 싱크로율을 높이려 노력했다. 묵직한 덩어리감이 등장에서부터 느껴지지만 다소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아쉽다.

하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지만 빛과 그림자 사이에 인물을 배치해 그의 감정을 대변하고 거울이나 문, 창틀을 이용해 프레임 속 프레임으로 인물의 억압된 감정을 드러냈다. 섬세한 미쟝센과 인물 배치가 긴장감을 계속 이어간다. 1월 22일 개봉. 러닝타임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