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이희준이 '남산의 부장들'에서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으로 분해 존재감 강한 연기를 선보였다. 곽상천은 대통령(이성민)의 존재를 신념처럼 여기고 충성하는 인물이다. 이희준은 곽상천으로 분하기 위해 체중까지 25kg 증량하며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높였다. 이에 이희준은 "배우가 된 후 늘 체중에 대한 긴장감이 있었는데 갑자기 체중을 증량하려고 하니까 두려웠다. 2개월간 매일 아침 '괜찮아 희준아. (배) 나와도 돼. 쪄도 돼'라고 이야기하면서 심리적 허락을 했다"라고 말했다.
 
- 역할을 위해 체중 증량을 직접 제안했다고 들었다.
"대본을 받았는데 대사가 계속 소리 지르거나 윽박지르는 거여서 체중을 증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호실장이고 각하를 100% 믿고 따르는 인물의 우직한 덩어리 감이 대본 전체에 있었다. 그래서 살을 찌워야겠다고 결심했다 "
 
- 결과물도 만족스러운가.
"영화를 보고 나니까 살을 찌운 게 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선배님들의 연기가 예리한 칼날을 가진 검이라고 한다면 나는 큰 통나무 같은 캐릭터다. 그동안 했던 연기와 다르게 말하는 것에 100% 의도가 다 있다. 일종의 레이어는 전혀 없는 사람이다. 곽상천은 말하는 그대로가 진심인 사람이다"
 
- 외적인 모습에 더불어 중점을 둔 것은.
"대본을 보자마자 출연하고 싶다고 결정했는데 막상 하려고 보니 캐릭터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두려웠다. 평소였으면 곽상천 같은 인물은 절대 가까이하지 않았을 유형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곽상천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이해가 안 되면 연기를 못하니까. 영화에 나오지 않는 곽상천의 과거 모습까지 상상하면서 인물을 구축했다. 어떻게 해서 대통령을 만났고 어떻게 해서 그를 진짜 아버지로 생각하게 됐는지에 대한 과정들을 상상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됐다"
 

- 참고한 자료가 있나.
"일부분이지만 원작도 읽어보고 다양한 자료를 찾아봤다. 그를 옹호하는 입장과 반대의 입장 모두를 조사해서 최종적으로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뭘 믿고 있었는지를 상상해봤다. 그랬더니 어떻게 보면 안하무인이지만 곽상천은 항상 자신이 생각하는 그대로를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매번 진심을 다하기 때문에 한 편으로는 억울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신선함은 없었다. 이 점이 부담이었을 것 같은데.
"'했던 이야기를 왜 또 해'라고 생각하면 흥미가 떨어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본부터 달랐다. 전혀 다른 내용의 영화였다. 감독님은 프랑스 멜빌 감독의 영화처럼 큰 사건이 안 일어나는데 긴장감이 유지되는 걸 지향한다고 했지만 우리만의 또 다른 영화가 나온 것 같다. 사실 처음 영화를 봤을 땐 '2초만 더 보여줬으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줬으면'이라고 생각했지만 두 번째 보고 나니까 그 의도가 느껴지더라"
 
- 구체적으로 어떤 의도를 말하는 건가.
"처음에 봤을 땐 40일을 군더더기 없이 그려내는 게 차갑다고 생각했다. 보통 클로즈업 장면이 나오면 그다음은 좀 더 들어가서 관객이 인물의 감정에 젖어 들게 만들거나 부연 설명을 해주는데 그냥 다음 컷으로 넘어가 버리니까 아쉬웠다. 그런데 두 번째 보니까 그 차가움이 관객들에게 판단을 맡기는 감독의 의도인 것이 느껴졌다"
 
-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신이 있나.
"제일 놀라웠던 건 이성민의 모습이다. 영화의 초반과 후반부의 이성민을 비교해보면 그야말로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건 신에서의 모습이지만 그 신과 신 사이에도 이 캐릭터는 많이 고민하면서 살고 있었던 것을 느낄 수 있다. 영화는 두 시간 남짓이지만 그 인물만큼은 진짜 40일을 살아 온 느낌이 들어서 경이로웠다"
 
- 지금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왔는데.
"친한 감독님이 나한테 작품 선택 기준을 모르겠다고 하더라(웃음).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캐릭터도 있었지만 대본을 보고 흥미를 느끼면 출연을 결정한다. 이번에도 대본을 보고 심장이 뛰고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출연을 결심했다"
 
- 그럼 이번 영화를 통해 개인적으로 얻은 의미를 찾아본다면.
"평소의 이희준은 곽상천 같은 인물을 일상에서 만난다면 이해하려고 들지도 않고 주변에 가지도 않았을 거다. 그런데 이 영화가 끝났을 때 자신의 의견이 100% 옳다고 믿는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됐다. 전혀 이해할 수 없고 멀리하고 기피하고 싶은 사람인데 내가 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해내려고 애썼다는 게 배우로서는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스펙트럼이 더 넓어졌다"
 
-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볼 관객에게 한 마디.
"네 명의 긴장감과 심리 갈등이 재밌는 영화다. 명절에 가족들이 다 함께 '남산의 부장들'을 보고 세대 간에 대화를 나눈다면 더 좋은 연휴를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진=(주)쇼박스 제공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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