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배우 하정우가 또 갇혔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선 뉴스룸이었는데 이번엔 장소를 야외로 옮겼다. 이쯤 되면 ‘하정우 장르’라고 불릴 만 하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터널’은 자동차 영업대리점 과장 정수가 집으로 돌아가던 길 무너져 내린 터널 안에 고립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 등이 출연하며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이미 세계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49회 스페인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공식 초청됐고,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제69회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까지 진출했다. 관계자들은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가 대단하다”,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그 중심에는 하정우가 있다. 하정우는 터널 안에 갇힌 남자가 어떤 심경으로 하루하루를 맞이하는지 그 변화를 밀도 있게 표현했다. 처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황당하고 허탈한 웃음을 보이다가, 이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며 두려움에 휩싸인다. 하정우는 특유의 유머코드를 녹여내 재미를 살리고 현실감 200%의 날것의 연기로 재난 공포감도 더한다. 물론 먹방 또한 놓칠 수 없는 관전포인트다.

하정우의 원맨쇼를 보고 있으면 무인도에 갇혀 배구공 윌슨과 고군분투를 펼쳤던 톰 행크스의 ‘캐스트 어웨이’가 연상될 수 있다. 극중 정수는 윌슨 대신 강아지 탱이와 함께 날짜를 세며 구조대가 구하러 와줄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하정우는 제작보고회에서 “그나마 톰 행크스보다 수월했던 건 나에게는 전화가 있었다”는 너스레를 떨었다.

실제 하정우와 터널 밖에서 소통한 아내 세현 역의 배두나와 구조 본부 대장 대경 역의 오달수는 촬영이 없는 날에도 직접 전화를 걸어 하정우가 감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극중 정수를 향한 세현과 대경의 마음이 온전하게 녹아들 수 있도록 배려와 최선을 다했다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정우의 전작 ‘더 테러 라이브’와의 비슷한 지점도 분명히 있다. 생사를 오가는 촉박한 시간에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겉도는 답답한 정부 등 재난 영화 설정을 그대로 가져간다. 결국 영화는 하정우로 시작해 하정우로 끝나는데 러닝타임 126분 동안 하정우는 이름값을 또 한 번 증명해낸다.

사진=영화 ‘터널’ 포스터

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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