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재환(가운데).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잠실 거포’ 김재환(32ㆍ두산 베어스)이 다시 달릴 준비를 마쳤다. 꿈의 무대를 향한 재도전을 시작한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30일 오후 1차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호주 질롱으로 출발했다. 두산의 4번 타자 김재환도 스프링캠프지로 떠나기 위해 이날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재환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주목 받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지난해 11월 프리미어 12 대회가 끝난 뒤 깜짝 미국 진출을 선언해서다. ‘프리미어 12’에 한국 야구 대표팀 일원으로 참가한 그는 FA 등록일수 60일을 얻어 전격적으로 메이저리그 포스팅 자격 요건을 얻었다. 1년 빨리 기회를 잡으며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입찰)으로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산 구단조차 미처 예상하지 못한 포스팅 신청이어서 더욱 큰 관심을 받았다. 이날 출국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우연치 않게 찾아온 기회였다. 그 기회를 그냥 흘려 보내면 아쉬울 것 같아서 무리인 걸 알면서도 신청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구단에서 흔쾌히 허락을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밝혔다.

김재환은 2018시즌 KBO리그 최우수선수(MVP)다. 그해 타율 0.334, 44홈런, 133타점을 올리며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활약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공인구 반발력 감소의 직견탁을 맞으며 타격 지표가 뚝 떨어졌다. 타율 0.283, 15홈런, 91타점에 그쳤다. 팀은 통합우승을 차지했으나 개인적으로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급격한 성적 하락에 메이저리그 구단은 냉철한 시선을 보냈다. 미국 현지 언론은 “장타력을 회복해 지난 시즌 부진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야 메이저리리그에 입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김재환의 첫 번째 미국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쓰라린 실패의 경험도 그의 꿈을 꺾진 못했다. 김재환은 “저도 실패를 어느 정도 각오했다. 작년에 성적 좋았다면 준비기간을 떠나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 같다. 올해 준비를 잘하면 좋은 기회가 또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즌 부진에 대해 “공인구의 영향보다는 제 스윙 폼이 무너진 것 같았다. 과거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예전 좋았을 때의 스윙을 되찾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 나름 성과는 있었지만, 아직 시즌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은 없다.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재환의 포스팅 실패 후 사령탑인 김태형(53) 감독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김재환은 “감독님이 그냥 웃으셨다. 다시 준비 잘해서 재도전하면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해주셨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김재환은 이번 겨울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개인 훈련을 펼치며 몸과 마음을 다잡았다. 특히 같은 센터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새 외국 타자 타일러 살라디노(30)와 함께 훈련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전지훈련 외에 미국에서 개인훈련을 한 건 처음이었다. 한 번쯤 미국에서 훈련해 보고 싶었다. 재미있었다. 의도치 않게 살라디노와 같은 곳에서 훈련하면서 조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 임하는 각오도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남다른 감정은 없다. 매년 캠프를 시작할 때 막연히 '올해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며 "특별히 올해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예전처럼 올해도 막연히‘잘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도 4번 타자 중책을 맡은 그는 동료들과 함께 다시 한번 ‘통합우승’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릴 생각이다. "개인적인 목표는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 두산이 또 한 번 통합 우승을 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천국제공항=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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