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G전자·SK텔레콤, 불참 의사 밝히거나 행사 일정 축소 시켜
GSMA, MWC2020 행사 예정대로 진행
MWC2020 홈페이지 캡쳐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행사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도 영향을 미치며 참여 업체들의 참가 취소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예전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5일 LG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오는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2020’ 참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MWC에서 공개할 예정이었던 신규 플래그십 스마트폰 V60 씽큐(ThinQ)와 G9 씽큐 공개행사(언팩) 일정도 미뤄지게 됐다.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는 모바일 월드컵이란 별칭으로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그간 신제품을 소개하고 글로벌 바이어들과의 만남이 이뤄지는 행사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외 주요 통신사들이 참가해 왔다.

그러나 우한 폐렴이 지속 확산되자 MWC 주요 참가기업인 LG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됨에 따라 고객과 임직원의 안전을 우선시하기 위해 전시회 참가를 취소한다”고 전하며 불참 의사를 공식화했다. 다만 LG전자는 글로벌 이동통신사업자들과 사전에 약속됐던 미팅은 별도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MWC 전시회 출장일정을 계획했던 SK텔레콤도 최근 출장 기자단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현지에서 진행키로 한 박정호 사장의 기자간담회 일정도 전격 취소하는 등 행사를 대폭 축소했다.

또 일각에서는 중국 통신업체 ZTE가 우한 폐렴 감염의 우려를 들어 MWC에서 진행하기로 한 기자회견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열린 ‘MWC2019’에는 참관객이 11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중 중국인 비율이 30%에 달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우한 폐렴은 중국에서 발생해 유증상자가 가장 많은데, MWC에는 중국 기업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에서 안전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MWC 행사에는 신규 스마트폰 제품이나 가상현실(VR) 기기 등을 참가자들이 직접 만지고 체험하는 과정에서 감염 위험성이 높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 호흡기나 눈·코·입의 점막으로 침투될 때 전염된다. 이에 바이러스 확진자가 행사장에 한 명만 있더라도 빠르게 전염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MWC에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제재를 받던 중국 기업들이 유럽쪽으로 관심을 기울여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하면서 중국 관람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MWC 주최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MWC2020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GSMA는 지난 4일 MWC2020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이 행사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고 최소한의 영향만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GSMA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행사기간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GSMA는 “현장 의료지원 확대와 행사장 출입구, 화장실, 공용 터치 스크린 등 모든 접촉점에 걸친 청소와 소독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방역 계획을 전했다.

이어 GSMA는 “현장에 충분한 위생용품이 지원될 수 있도록 사무국에서 지원하고, 참관객들이 이용할 숙박시설이나 교통, 음식점 등에 대한 공중 보건 지침 등에서도 폭넓은 위생과 방역을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모든 참석자에 ‘악수 금지 정책’을 채택해달라고도 권고했다.

LG전자 스마트폰 전시장에 관람객들로 북적이는 모습. /LG전자 제공

글로벌 행사로서의 위상 점차 떨어지나

문제는 MWC가 예전만 못한 명성을 이어갈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중국 기업을 제외하고는 스마트폰 제조사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참여가 적다는 점 때문이다.

MWC에는 화웨이가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고, ZTE,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중국의 독무대라는 오명이 붙었는데, LG전자 마져 빠지게 되면서 MWC에서 중국 기업들의 제품 외에는 신규 스마트폰을 찾기 어렵게 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MWC 행사에는 참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보다 한 주 앞서 신제품 공개행사인 갤럭시 언팩을 열고 ‘갤럭시S20’과 ‘갤럭시Z 플립’ 등 신규 스마트폰을 선보인 후 참여한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글로벌 스마트폰 강자인 미국의 애플 역시 매년 MWC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어 그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는 게 업계의 평가다.

LG전자가 글로벌 홍보를 위해 꾸준히 MWC 참가를 이어온 상황에서 전염병 확산에 따른 우려도 있지만 위약금을 부담하면서까지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도 보여진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MWC 행사 취소 비용 등에 대해 GSMA 측과 원만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전하며 말을 아꼈다.

한편 우한 폐렴 발생지인 중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국가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GSMA가 MWC행사를 강행하고 있는 만큼 이 행사에서 감염자라도 발생하게 되면 글로벌 기업들의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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