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영화 ‘마션(The Martian)’은 화성을 탐사하던 중 모래폭풍을 만나 혼자 남겨진 채 400여 일을 살아가는 한 비행사의 감동적 생존기다. 주인공은 화성의 극한 기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시작은 남은 식량의 갯수를 세는 것으로 단계적 미션을 해결해 나간다.

영화는 철학적인 문제의식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산다는 것’과 ‘삶을 유지’하는 인간의 ‘욕구(needs)’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화성은 태양계에서 4번째 궤도를 돌고 있는 행성이다. 지구에 가까이 있고 생명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어 우리 인류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행성이다. 또한 화성은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가 직접 여행할지도 모른다는 ‘욕망(wants)’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는 행성이다.

영화 속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한 ‘욕구’와 현실 속 화성을 여행하고 싶은 ‘욕망’의 감정이 서로 교차되어 흥미롭다. 사실 인간이 추구하는 ‘욕구’와 ‘욕망’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욕구는 삶을 위해 필요한 생존수단이며 근원적으로 결핍된 상태이다. 따라서 결핍은 채워지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욕망은 더 좋은 삶을 갈망하는 바램(Wish)이다. 그래서 욕망하는 대상을 소유하면 욕망이 사리질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 채워지지 않고 성취하려는 대상만 바뀔 뿐이다.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간파한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행복을 소유와 욕망의 함수로 표현했다. 소유를 늘리거나 욕망을 줄이면 행복해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행복을 위해서는 욕망은 절제가 필요한 감정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싶어 한다. 흔히 니즈(needs)라고 통칭하는 욕구는 생리적, 신체적 결핍에서 출발한다. 이를테면 공복을 채우고 추위를 막는 등의 생각으로 의식주에 필요한 필수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마치 허기를 달래려고 손쉽게 찾는 패스트푸드와 같은 것이다. 반면, 욕망은 결핍을 벗어나서 개인의 취향에 기초한 특정화된 욕구다. 어쩌면 욕구가 ‘자연스러움’이라면 욕망은 ‘자기다움’이다. 예컨대 넥타이를 사더라도 유명 브랜드의 넥타이를 찾는 경우다.

요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기는 젊은 세대가 일상에서는 ‘가성비’를 우선하지만,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추구하는데 있어서는 프리미엄 ‘가심비’ 소비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소확행’을 추구하는 욕구와 ‘욜로(인생은 한번 뿐이다)’의 욕망이 공존하는 아이러니다.

이렇게 욕구와 욕망 사이에는 소비의 층위가 존재한다. 비록 싼값으로 점심을 먹더라도, 커피는 개성이 반영된 비싼 전문점 커피를 마시는 심리를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욕구와 욕망에 대한 간극본능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이 자기애와 개성으로 무장한 소비자에게 경계가 모호한 제품(중저가)이 관심을 덜 받는 이유일지 모른다.

이치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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