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다작 배우’ 하정우가 이번에는 부성애 연기에 도전했다. 공포영화 ‘클로젯’에서 사라진 딸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아버지 역을 맡아 기존에 맡은 캐릭터와는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 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아이의 육아를 도맡게 되며 겪는 어려움, 어색해진 아이와 관계 등 복잡한 내면 연기와 아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직 미혼인 하정우는 부성애 연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결혼해서 자식이 있었다면 더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평소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택한 이유가 있나.

“악동 심리인 거 같다. 나는 당하고 싶지 않지만, 남을 놀라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사람들이) 뭘 싫어하는지 나는 정확히 알고 있다. 벽장을 열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손톱을 긁는 듯한 소리, 신경을 건드리는 사운드. 음악 선율도 기분 나빴다. 김광빈 감독이 호러 영화 마니아다. 이 장르에 특화된 사람이었다. 작품을 더 재미있게, 잘 만들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후반 작업도 정말 잘 해냈더라.”

-오컬트 장르 영화로 CG(컴퓨터 그래픽)에 공을 들였다. 시나리오에 표현된 장면들이 그대로 표현됐다고 보는가.

“시나리오에서 계획한 대로 잘 구현됐다. 특히 음악이나 사운드가 기대 이상이었다. 오컬트라고 하면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주인공 상원 역은 기존의 ‘하정우표’ 캐릭터와는 많이 다르다. 진지하고 애드리브 없는 캐릭터인데.

“캐릭터보다 장르를 먼저 생각했다. ‘신과함께’ ‘1987’ ‘PMC’보다 움직임이 가벼운, 건조한 게 뭐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이 작품을 만나게 됐다. ‘백두산’과 ‘클로젯’의 결이 완전히 다르고, 인물 자체도 상반됐기 때문에 나름대로 밸런스가 맞춰진다고 생각했다. 좀 더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기획되는 작품들이 그렇지도 않다. 그런 작품을 하려면 저예산으로 기획하고 제작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그럴 때 ‘클로젯’이라는 작품을 만나 기획과 제작을 하게 됐다.”

-직접 제작에 참여하면서 시나리오와 달라진 부분이 있나.

“족집게처럼 내가 아이디어를 냈다기보다는 제작진 모두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시나리오를 진화시켰다. 김광빈 감독이 시나리오를 줬을 때보다 더 날카로워지고 그러면서도 보편적인 정서도 생긴 것 같다. 모든 시나리오 작업이 다 그렇다. 불필요한 것들은 걷어내는 게 일반적이다.”

-상원은 초반과 후반의 감정 표현이 매우 다른 인물이다. 부성애 연기의 완급조절이 필요했을 텐데.

“이 인물 자체가 딸을 대하는 데 어색한 사람이다. 출장도 많았고, 기러기 아빠처럼 살아온 사람이라 딸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와중에 아내가 사고로 죽고 딸을 맡아야 한다는 사실이 큰 스트레스였을 거다. 관계에 대한 힌트는 김광빈 감독과 그의 아버지, 또 어렸을 때의 나와 나의 아버지(김용건)와의 관계에 대해 감독과 서로 얘기하면서 얻었다. 더 나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상원의 여정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말미에도 모든 걸 깨닫고, 진짜 아빠가 됐다고 보기 어려운 것 같다.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김남길과 티격태격 케미를 형성한다. 극 중 김남길이 분한 퇴마사 경훈 역도 잘 어울렸을 것 같다.

“김남길이 깐죽거리고 재미있는 캐릭터이긴 하다. 하지만 ‘클로젯’ 전부터 인간 김남길에 대해 알고 있었다. 유연성 있게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모습이 좋았다. 김남길이기 때문에 경훈 역을 잘 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포물, 오컬트물 등 장르영화에 관심이 있었나.

“이런 장르가 처음이라 끌린 것도 있다. 영화의 메시지도 좋았지만 단순히 메시지만으로 관객을 만날 순 없지 않나. 재미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 ‘겟 아웃’이라는 영화를 참 흥미롭게 봤다. 그 때 당시 이런 장르가 유행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복합장르인 게 마음에 들었고 ‘클로젯’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클로젯’과 비슷한 류의 작품을 제작 준비 중이다. 저예산이다. 주인공 역? 김남길에게 출연 제안하려고 한다. (웃음)”

-올해 계획이 있다면.

“올해만 2개의 촬영이 있다. 그 작품을 어떻게 준비하고 촬영할지 고민이다. 그 이후에는 또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 세 번째 연출을 할지. 매 순간 고민하고 있다. 제작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다. 단순히 제작자에서 내 이름을 뺀다고 해도 내가 책임져야 할 범위가 넓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배우가 1번이고, 배우로 살아가는 비중이 90% 이상이라 그 삶을 해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순수하게 배우로 작업을 하는 것이 목표다. 내게 닥친 일을 감당하면서 버텨나가려고 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