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배우 하정우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한 말은 “그럴 수 있겠구나” 였다. 본인의 생각이나 의견과 다르다고 멀리하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을 보였다. 그래서 하정우가 지금의 독보적 위치에 올랐나 보다. 하정우는 “작업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다. 그 친구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들과 소통하면서 여러 작품들을 생각하는 중이다”고 겸손을 보였다.

-10일 개봉한 영화 ‘터널’의 관객 반응이 좋다.
“예매율 소식을 접했다. 다행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잘 나왔다.”

-VIP 시사 분위기는 어땠나.
“뒤풀이 장소가 야외였는데 더웠다. 미지근한 맥주에 얼음을 넣어 마셨다. 어떤 영화건 ‘시사회 버프’라는 게 있어서 좋은 말 많이 들었다(웃음). 영화 반응이 좋으면 뒤풀이에 사람이 많다. 이번 뒤풀이에 사람이 많이 오셨는데 다음날 스케줄이 비어서 부담 없이 즐기고 새벽 세 시에 들어왔다.”

-영화가 ‘하정우 장르’라는 말을 듣는데.
“기사 봤다.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제목 잘 뽑으셨네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센스 있으시다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읽었다.”

-전작 ‘더 테러 라이브’와 고립된 상황이 비슷해서 일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시나리오 받고 열 페이지 넘어가니까 ‘이건 다른 영화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터널 밖의 (오)달수 형의 구출기, (배)두나의 드라마 등 스토리가 다양해 좋았다.”

-터널에서의 촬영은 힘들지 않았나.
“육체적인 피로는 비슷하다. 이번엔 체중도 감량했다. 몇 kg인지 재보진 않았는데 분장실에 런닝머신 두고면서 틈틈이 운동했다.”

-먼지가 많아 애써 관리한 피부가 다시 망가졌겠다.
“먼지와의 전쟁이었다. 피부는 작품하면서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지만, 먼지 때문에 이마에 울긋불긋 트러블이 났다. 반년이 지났는데도 안 없어지더라. 마음 잘 맞는 피부과 한규리 원장님이 도움을 많이 주시고 있다(웃음).”

-환풍구 오갈 땐 정말 힘들어 보이더라.
“그래서 절로 ‘아 집에 왔다’하는 안도의 말이 나왔다. 애드리브였다. 그래도 유격보다는 안 힘들었다. 유격은 언제 올지 모르는 군 제대 날을 손꼽아 기다려야 하는데, 나에겐 촬영 끝나면 집에서 씻고 쉴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이 있었다.”

-생크림케이크는 좋아하나.
“사실 초코케이크나 당근케이크를 더 좋아한다. 원래 케이크 고르는 장면이 영화에 있었는데 생략됐다. 극중 캐릭터 설명이 없는데 생크림케이크를 통해 딸을 둔 아빠라는 이미지를 잡아간 것 같다.”

-배우 의견을 넣어 케이크를 다른 맛으로 바꿀 수도 있지 않았을까.
“김성훈 감독이 무슨 케이크 좋아하냐고 묻더라. 내가 생과일 올려진 건 별로라고 했더니 그걸로 하시겠다 더라. 아이러니였다. 영화 자체에도 아이러니를 곳곳에 심어둔 것처럼 시작부터 그랬다.”

-본인이 연출자였다면 어떤 음식이었을지.
“딸 생일이니까 어떤 미역 줄기? 아니면 소고기 한 근 정도. 근데 미역국은 그날 출근할 때 먹었을 것 같다. 케이크가 아무래도 상징적으로 잘 쓰인 것 같다.”

-개밥은 영화 때문에 처음 먹어봤나.
“간이 정말 안 되어 있다. 그건 실제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였는데 아무래도 김성훈 감독님이 개밥을 먹어보신 것 같다. 그러고도 충분히 남을 양반이다(웃음). 개밥 먹고 트림하면 개 냄새가 올라온다. 씹을 때도 뻑뻑했다.”

-김성훈 감독과 이름이 같아 생긴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 현장에서 감독님이라고 불리고 또 나는 하정우라는 이름이 있으니까. 얼마 전 오사카 여행도 같이 갔었는데 여권에 영문 명이 같아도 아무 일 없더라.”

-감독님과 호흡이 잘 맞나보다.
“수다 떠는 걸 좋아한다.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나 모든 사람을 대할 때 생각이 열려 있다. 아이디어를 내면 맞건 틀리건 다 들어주신다. 촬영할 때 예민하다거나 화를 내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전 이야기하는 걸 보니 속으로는 나름대로 힘들었다고 하더라.”

-실제 차 소지품이 궁금하다.
“장거리 이동이 많으니까 일단 생수 한 박스, 과자 약간, 담배, 라이터, 베개, 담요, 운동화, 의자, 마스크 등이 있다. 촬영용 카니발이라 다 준비돼 있다. 개인차는 쓸 시간이 별로 없어서 아무것도 없다. 최근에 오랜만에 차를 탔는데 한 달 전 먹다 남긴 라떼가 있더라. 그 라떼에서 나온 날파리들이 차 뒤에 유리창에 붙어 난리도 아니었다. 가던 길 멈추고 날파리 쫓았다.”

-휴가철인데 하와이 여행팁도 전해달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들 서핑하냐고 하는데 나는 귀찮아서 안 움직인다. 나에겐 하와이에 온 자체로 파이팅 넘치는 행동이다. 그냥 맛집 다니고 주변을 걷고 잔다. 그냥 나에겐 일상을 보내는 동네이다. 일상을 보낸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한국 분들은 보통 패키지 따라 움직이시느라 바쁘신데 나중에 5박7일 일정으로 오신다면 여유있게 하와를 둘러보는 것을 권한다.”

-알아보는 사람 없나.
“메인도로만 피하면 아무도 못 알아본다. 평소엔 스포츠웨어로 하고 다녀서 다들 모르시는데 목소리로 다들 아신다.”

-얼마 전 루머(재벌가와의 염문설에 어처구니가 없어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도 있었는데 유명인으로 살기 힘들겠다.
“처음엔 나를 알아봐주신다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지금은 평소 활동에 제약을 받긴 한다. 물론 좋은 점도 있다. 나를 알아봐서 좋다는 게 아니라 배우가 되어서 좋다.”

사진=임민환 기자

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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