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양효진 11일 도로공사전서 11득점
프로 통산 5500득점 기록하며 신기록
양효진. /KOVO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양효진(31)이 V리그 여자부 최초로 5500득점에 성공하며 프로배구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다. 데뷔 13년 만에 이룬 대기록이 더욱더 빛나는 건 그의 포지션이 팀 주 득점원인 공격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양효진은 1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 출전해 11점을 올려 팀의 세트스코어 3-0(25―22, 25―17, 25―20) 셧아웃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전까지 통산 5490득점을 기록 중이던 양효진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5501득점이라는 대기록을 받아 들었다.

프로 데뷔 이후 센터로 활약 중인 양효진이 현대 배구에서 공격수로 분류하는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윙 스파이커(레프트)가 아닌데도 놀라운 득점 능력을 뽐낼 수 있던 바탕엔 신인 시절 그의 공격적인 재능을 일찍이 알아본 홍성진(57) 전 현대건설 감독의 지도가 깔렸다. 홍 감독은 국내 여자선수 중 흔하지 않은 190㎝대 장신 양효진의 공격 가담 장면을 유심히 지켜본 뒤 과감하게 포지션 파괴를 주문했다. 한국도로공사전을 마친 뒤 양효진은 홍 전 감독에게 영광을 돌리며 “제가 잘하는 걸 하게 해줬다. 덕분에 어릴 때부터 편하게 경기했다”고 털어놨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 그린폭스(현 힐스테이트)에 지명받은 양효진은 프로 데뷔 시즌인 NH농협 2007-2008 V리그 308득점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GS칼텍스 우승을 이끈 배유나(31)에게 신인왕을 내줘 아쉬움을 삼켰지만 꾸준히 V리그 여자부 대표 센터로 자리매김했다. 어느덧 프로 13번째 시즌을 맞는 그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인 여자부 최초 5500득점 돌파로 역대 가장 위대한 선수 반열에 올랐다. 통산 득점 2위 팀 동료 황연주(34ㆍ5440)와는 61점 차를 보인다. 남자부에선 박철우(35ㆍ삼성화재 블루팡스)가 지난해 12월 최초로 5500득점 금자탑을 쌓았다.

양효진이 소속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경기 외적으로도 크다.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선배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입단한 이다현(19)은 양효진을 ‘롤 모델(role model)’로 꼽는다. 185㎝ 장신에 센터라는 공통점이 있고 양효진처럼 공격적인 재능(70득점)을 마음껏 발휘해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이다현은 지난해 11월 KOVO TV와 인터뷰에서 “밥도 언니와 같이 먹는다. 항상 배구, 인생에 대해 좋은 말을 많이 해준다”고 밝히며 양효진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도희(52) 현대건설 감독도 양효진의 존재감을 인정했다. 한국도로공사와 경기 뒤 “현대건설에서 양효진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잘 안다. 득점과 블로킹에서도 임무를 충실히 한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자기관리가 철저한 선수다. 팀의 전설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V리그 여자부에 새 지평을 열었지만 양효진은 초연했다. “앞으로 기록을 더 늘려가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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