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빈. /SK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확실히 달라졌어요. 기대해도 좋습니다.”

SK 와이번스의 미국 플로리다 비로비치 스프링캠프에서 코칭스태프와 구단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칭찬 하는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투수 김정빈(26)이다.

2013년 2차 3라운드로 SK에 입단한 김정빈은 데뷔 초부터 최고 시속 150km에 가까운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고질적인 제구 불안에 발목이 잡혀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1군 성적은 2017시즌 2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한 게 전부다.

틀을 깨지 못한 김정빈은 2017시즌이 끝난 뒤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해 군복무를 했다. 군생활이 김정빈을 바꿨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와 생각이 달라졌다. 군 생활 내내 독한 마음을 먹었다. 22일 SK 스프링캠프지인 플로리다 비로비치에서 만난 김정빈은 “제가 생각해도 군대 가기 전까지는 진지함이 없었다. 간절함도 부족했다. 계속 이렇게 하면 야구를 오래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태도와 생각부터 바꿨다. 군대에서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운동에만 매달렸다”라고 돌아봤다.

'진짜 사나이'가 된 김정빈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호주 유망주캠프에 참가해 다시 일어서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최상덕 투수코치의 집중 지도 속에 투구 매커니즘을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 최 코치의 조언이 방황하던 김정빈에게 큰 힘이 됐다. “최 코치님 방을 직접 찾아가서 조언을 구했다. 혼자 고민하다 캠프 후반에 코치님 방을 찾아갔는데 코치님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왜 이제야 왔느냐’라고 하셨다. ‘말을 하지 않을 테니, 자신 있게 던져라’라고 말씀해주셔서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뒷얘기를 전했다.

호주에서 흘린 땀의 결실을 보고 있다. 마운드에서 자신과 싸웠던 김정빈은 이제 타자와 싸우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4일 스프링캠프 첫 라이브 피칭에서 최고 145km의 빠른 공을 던졌다. 특히 상대한 타자 7명 중 6명(약 86%)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고, 총 21구 중 16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질 정도로 제구력이 향상된 게 고무적이었다.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을 미소 짓게 했다는 후문이다. 최 코치는 “라이브 피칭에서 가장 눈에 띄었다. 스스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방법을 터득했고, 마운드에서 확신을 하고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정빈이는 집중육성 선수인데,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있어 긍정적 활약이 기대된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감과 절실함으로 무장한 김정빈은 비상을 꿈꾼다. 올해 왼손 불펜으로 1군 전력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각오다. “(김)태훈이 형이 선발로 전향하면서 좌완 불펜 자리가 비게 됐는데 제가 그 자리를 메우겠다. 지난해 우리 팀 필승조가 ‘서태훈’(서진용-김태훈-하재훈)이었다면 올해는 ‘서정훈’(서진용-김정빈-하재훈)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비로비치(미국 플로리다주)=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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