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최지연 기자] 대중이 가장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연예산업은 어떤 산업보다 발 빠른 변화를 지향한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따라 다양하고 새로운 콘텐츠는 끊임없이 대중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겼다. 틀에 박힌 콘텐츠는 외면 받는 시대인만큼 올해 어떤 콘텐츠가 유행할지, 연예산업의 흐름은 어떻게 흘러갈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스경제가 창간 5주년을 맞아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정덕현 문화평론가, 양지혜 NEW 홍보팀장, 김민지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실장, 이현숙 작가공작소 대표 등 전문가 5인에게 직접 들어봤다.

■ ‘포스트 봉준호’..신진 감독·작가 발굴 성행

영화 '기생충' 포스터./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음에 따라 ‘포스트 봉준호’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는 곧 문화산업에서 획일화된 기존 콘텐츠가 아닌 새로운 시도와 참신한 소재를 필요로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게다가 스타 감독과 작가보다 신진감독·작가에게 투자할 때 비용 절감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프로젝트보다 탄탄한 중소형 콘텐츠가 완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신인감독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올해는 젊은 감독과 작가들이 새 작품을 만든다. 이게 바로 미디어의 변화와 관련 있는데 기성 미디어는 위기에 처한 지 오래다”라며 “적게 투자하더라도 신인감독이나 작가에게 뭔가를 걸어보려고 하는 추세다. 기성 감독이나 작가를 쓰면 리스크가 크지 않나. 반면 공력이 있는 이들을 입봉 시키며 새로운 소재를 활용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획일화된 가족주의와 같은 소재 대신 색다른 장르물 등이 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이전에 나온 드라마나 콘텐츠는 그 시대에 맞는 코드대로 했다”라며 “이제 막 나온 신인 감독들의 경우 굉장히 장르물에 익숙하다. 콘텐츠의 결 자체도 다르다. ‘스토브리그’ ‘블랙독’과 같은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라고 기대했다. 이현숙 작가공작소 대표 역시 “스포츠 드라마는 흥행할 수 없다는 선례를 깨고 ‘스토브리그’가 흥행한 것은 시청자들이 모든 것이 로맨스로 이어지는 형태의 드라마에 실증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전형적인 형태보다는 새로운 시도에서 나오는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과 함께 세계영화사에 길이 남을 발자취를 남긴 곽신애 대표 역시 “신인 감독들이 설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졌으면 한다”며 “지난해 ‘벌새’ 김보라 감독, ‘엑시트’ 이상근 감독의 작품을 보고 놀랐다.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런 다양한 재능에 호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갈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 '콜' 포스터./NEW 제공.

배우 박신혜와 전종서 주연의 영화 ‘콜’을 투자배급한 NEW 역시 신인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메가폰을 잡은 이충현 감독은 단편영화 ‘몸값’(2015)으로 영화계에서 주목 받은 1990년생 신인 감독이다. 양지혜 NEW 홍보팀장은 “신인 감독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포스트’ 봉준호, ‘포스트’ 기생충을 발굴하기 위한 움직임이 눈에 띌 것이다. K무비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유 있는 뉴트로(New+Retro) 열풍

SBS '트롯신이 떴다' 스틸./SBS 제공.

올해 연예 산업의 주된 트렌드로 뉴트로(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신조어)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뜨거운 화제몰이를 하고 있는 TV조선 ‘미스터트롯’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사랑의 불시착’ 역시 뉴트로 콘텐츠다. SBS플러스 ‘밥은 먹고 다니냐’ 역시 과거 인기를 끌었던 연예인들이 출연해 근황을 이야기하며 추억을 회상한다. 복고 열풍에 힘입어 SBS는 오는 4일 ‘트롯신이 떴다’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대한민국 트로트 신들이 ‘트로트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이다.

tvN '사랑의 불시착' 포스터./tvN 제공.

정덕현 평론가는 “옛 소재를 현대화시킨 콘텐츠들이 인기가 많다. ‘사랑의 불시착’도 잘 된 이유가 과거에 많이 쓰인 남북 소재를 현대적인 로맨틱 코미디로 바꿔서 과감한 시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매스미디어 시대와 달리 1인미디어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요즘 방송가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과거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온라인 플랫폼에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한 방송사가 이들과 협업하는 이유는 더 많은 시청자들을 유입하기 위함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유튜브와 방송가의 공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40대~60대 기성세대들을 바탕으로 하면서 젊은 세대들을 끌어안는 문화콘텐츠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장년층이 좋아할 콘텐츠를 10대~20대도 좋아할 콘텐츠로 바꾸는 흐름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 짧고 재미있는 숏폼 콘텐츠

틱톡 로고.

전문가들은 또 올해 숏폼 콘텐츠의 인기가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요한 소비층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가 10분 미만의 콘텐츠를 선호하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가 성행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숏 비디오 플랫폼 ‘틱톡(TikTok)’ 열풍이 이를 의미한다.

양지혜 NEW 홍보팀장은 “숏폼 전용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퀴비 같은 플랫폼의 활성화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광고 브랜드를 접목시킨 숏폼 형식의 콘텐츠는 업계에서 선호하고 있는 홍보 방식이다. 양 팀장은 “브랜드의 감성을 콘텐츠에 녹여내는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만드는 기업들이 더욱 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현숙 작가공작소 대표 역시 “숏폼 형태의 PPL(간접 광고)이 유행하고 있다”며 “대놓고 PPL을 하는 것보다 해당 제품으로 스토리를 만드는 드라마도 흥행할 것으로 보인다. 분량은 3분에서 5분 사이 정도로 짧다”며 “실제로 그런 식의 광고성을 띄는 드라마를 제작하자는 제의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성세대는 60분 분량의 드라마를 선호하지만 MZ세대는 10분 가량의 짧은 숏폼 형태에 익숙하다. 이현숙 대표는 “숏폼은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TV 시청률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젊은 세대에게 호흡이 너무 길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방송사에서 드라마를 1부, 2부, 3부로 나눠 방송하는 건 광고 때문도 있지만 숏폼에 익숙해진 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이런 형태의 도전이 처음이다 보니 비난 타깃이 될 수 있지만 앞으로 계속 시도되면 금세 또 적응할 수 있는 형태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스토리텔링, 신기술을 만나다

'MBC 스페셜-특집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캡처화면.

전 세계 소비층이 능동적으로 변해가는 가운데 연예산업 역시 신기술을 접목한 스토리를 구축하는 데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역시 VR(가상현실) 등 신기술을 접목한 콘텐츠가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방탄소년단(BTS)의 공연 실황을 영화관에서 보고, 굿즈를 앱으로 구매하는게 대중화된지 오래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스페셜-특집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서 휴먼 다큐멘터리와 VR을 접목한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세상을 떠난 딸을 VR, VFX(특수영상) 기술을 통해 엄마와 재회하는 모습을 담아 화제가 됐다. 제작진은 3년 전 희귀 질병으로 갑작스럽게 7살 아이를 떠나보낸 가족들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자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김민지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실장은 “신기술이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접목되어서 구현될지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전 세계의 능동적인 소비자들로 인해 새로운 문화가 생겨났다. 스토리텔링이 신기술과 결합하여 어떤 영역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흥미롭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명확한 정체성을 지닌 콘텐츠와 스토리가 자본과 기술력을 만났을 때 낼 수 있는 시너지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했다.

양지원 기자,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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