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성혜의 나라'에서 주인공 성혜 연기한 송지인.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배우 송지인은 서두르는 사람이 아니다. 배우로서 아직 이름을 널리 알렸다기엔 부족하지만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매일 흔들린다"면서도 "조바심 내면 괴로운 건 스스로일 뿐"이라고 할 줄 아는 배우. 때문에 한 걸음, 한 걸음이 빠르진 않더라도 분명하다. 2018년 '전주국젱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 '성혜의 나라'를 통해 스크린 주연으로 데뷔한 송지인은 자신의 장점으로 '근성'을 꼽았다.

-작품 완성 이후 개봉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촬영 때가 기억나나.

"너무 추웠던 겨울이어서 기억이 생생하다. 핫팩을 꺼내놓으면 얼 정도의 날씨였다. 그런 추위 속에서 오토바이도 몰고 자전거도 끌었다."

-촬영은 어느 정도 했나.

"7회차로 끝났다. 120분짜리 영화를 7회 만에 찍었으니 일주일 여 동안 진짜 거의 밤을 새면서 찍은 거나 마찬가지다."

-청년들 살기 어렵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영화의 이야기가 현실과 꽤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감독님이 현실을 다큐적으로 그리고 싶어했던 것 같다. 이게 '성혜의 나라'라고. '해피' 등등 가제가 있었는데 결국은 '성혜의 나라'가 됐다. 고시원에서 고독사를 하고 그런 사회 아닌가.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나 역시 무척 공감이 갔다. 나도 지방에서 올라와서 서울살이를 했고, 주변에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도 많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생계를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했던 경험이 있으니까 공감됐다."

-'성혜의 나라'는 어떤 영화라고 생각하나.

"내가 찍은 영화지만 보기에 편하고 쉬운 영화는 아니지 않나. 보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기도 한데 생각보다 n차 관람 하시는 분들이 꽤 있더라.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관객과의 대화 때 이야기를 들어 보니 영화를 보면서 위로를 받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았다. 그냥 다른 사람 사는 것만 봐도 힘이 될 때가 있지 않나. '성혜의 나라'도 그런 느낌일 수 있겠다 싶다."

-가장 공감됐던 장면을 꼽는다면.

"성희롱 사건도 그랬고 월세 장면도 그랬다. 월세 장면에서는 특히 예상치 못 하게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영화를 찍기 전에 감독님이랑 같이 거의 두 달 여를 리허설을 했다. 그 때만 해도 그 장면에 그렇게 중점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집주인이 와서 보증금 올려 달라는 장면을 찍는데 진짜 성혜가 나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눈물이 막 나더라."

-인간 송지인은 어떤 스타일인가. 성혜와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지.

"약간 성혜랑 비슷하다. 묵묵하게 견디는 편이다. 영화 속 성혜도 힘들어하지만 어쨌든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하잖나. 나도 그렇게 산다. 일희일비 안 하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살려고 한다."

-중심이 선 사람 같다.

"에이, 그건 아니다. 만날 흔들린다, 나도. 어떨 때는 멘탈이 엄청 흔들릴 때도 있다. 주변에서 '어리고 예쁜 시절 다 보내고 이게 뭐냐'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어릴 때 뭘 더 했어야 되는데'라면서 안타까워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러면 '나가서 사고를 좀 쳐야 되나', '어그로를 좀 끌어야 되나' 그런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조바심을 내면 결국 괴로운 건 스스로인 것 같다. 그래서 '조금 천천히 가자, 천천히 가다 보면 내 길이 있겠지' 그렇게 마음을 먹은 편이다."

-배우 일은 적성에 잘 맞나.

"일은 재미있다. 재미도 없고 결과도 없었으면 그만 두는 게 맞지. 그런데 재미있으니까 '일단 해 보자'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다른 길을 고민해 본 적은 없는지.

"사실 처음부터 배우로 나가겠단 생각으로 시작한 건 아니다.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출연 제의를 받고 시작하게 됐다. 처음엔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연기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았고. 가끔은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스스로 느끼기도 하는데, 역시 계속 노력하는 길밖에 없는 것 같다. 재능이 아닌 노력으로 가는 길을 택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일이든 계속 해오던 걸 그만두는 게 보통 일이 아니잖나. 그래서 해 보는 데까지는 해 보고 싶다."

-배우 송지인의 강점은 뭘까.

"나한테 하나 있는 건 근성 같다. 사실 영화 찍는다고 두 달 동안 연습 나오라고 하면 어떤 날은 안 갈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근성 있게 매일매일 가는 거. 그런 게 내 장점 같다."

-해 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미국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같은 작품 해 보고 싶다. 다양한 나이대의 여자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에 나가 보고 싶다.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하면 시기, 질투 그런 걸 떠올리는 분들도 많을 텐데 사실 여자들 이야기가 그게 다는 아니니까.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성혜의 나라'를 찾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지 않나. '성혜의 나라'를 보고 나면 주변을 돌아보는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을 열고 봐 주시면 좋겠다."

사진=임민환 기자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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