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채성오] 연일 찌는 듯한 폭염에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부정 여론이 폭발 직전이다.

누진제는 몇 년간 지속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며 완화 및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한국의 누진제는 총 6단계(11.7배)로 구성돼 2∼4단계(최대 4배)인 미국, 일본, 중국보다 복잡하고 누진율이 높은 편이다.

특히 이달 들어 누진제 폐지에 대한 정부와 한전의 입장발표가 공감을 얻지 못한 것이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산업 발전을 위해 누진제 개편을 반대했던 한국전력도 자체 방만경영으로 큰 손실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기료 원가에 대한 신뢰성마저 낮아졌다.

정부의 7월분 전기요금의 20% 절감안 역시 ‘임시 방편’이라는 비난 속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촉구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누진제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 한시적 완화 정책에 부정적…누진제 개선 해야

한국스포츠경제는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여론 파악을 위해 빅데이터 분석업체 리비와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약 5일간 온라인 동향을 수집·분석했다.

‘누진세’ ‘전기 누진제’ ‘전력 누진제’ ‘전기요금 누진제’ 등 다양한 분석 키워드를 입력했다. 그 결과 뉴스, 카페, 블로그, SNS, 댓글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에 게시된 1만8,123건의 게시글과 32만4,704건의 댓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 그래픽=오의정기자 omnida5@sporbiz.co.kr

온라인에 실린 전체 게시글과 댓글은 11일에 가장 높은 등록 건수를 기록했다. 이날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긴급 당정협의를 통해 7~9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날이다.

완화 방안을 살펴보면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간 누진제 구간 폭을 50kWh씩 넓히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1단계는 요금 책정 기준이 100kWh에서 150kWh로 올라가며 2단계는 151kWh부터 250kWh로 기준을 높이는 등 단계적으로 누진제 구간폭을 넓혀 전기요금을 절감한다는 것.

이를 통해 소급되는 7월분까지 약 20%의 전기료 절감이 예상된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한시적인 절감 대책을 내놓은 후 테스크포스(TF) 등 다양한 해결 창구를 마련한다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절감 대책이 도입되더라도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한 할인폭이 미미할뿐더러,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산업용 전기요금과의 형평성 논란도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로 커뮤니티, SNS 게시글 및 각종 댓글 10만1,164건을 분석한 결과 이번 상한선 완화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 의견이 97%로 긍정적인 반응(3%)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반응을 살펴본 결과 긍정적인 의견은 ‘블랙아웃 등 전력 대란 우려’ ‘부자감세로 악용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정적인 의견은 ‘한전 및 정부 비난’이 31%로 가장 많았다. 정부의 정책과 한전이 누진제 폐지의 부작용으로 제시한 블랙아웃 및 전력 대란 현상이 설득력을 얻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 가동이 힘들다(19%)’ ‘무조건 폐지 주장(15%)’ ‘산업용 전기에 대한 형평성 문제(13%)’ ‘국민과 가정용 전기 책임으로 탓하지 말라(11%)’ ‘폐지는 아니더라도 개편해야 한다(8%)’ 순으로 뒤따랐다.

▲ 그래픽=오의정기자 omnida5@sporbiz.co.kr

누진제와 산업용 전기에 대한 반응 역시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산업용과 가정용은 다른 문제’라는 의견으로 모아졌으나 부정적 시각은 다양한 의견이 표출됐다.

관련 부정적 의견은 ‘가정용 누진제와의 형평성 문제’가 64%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가정용 전기요금만 누진제가 적용돼 과도한 요금 폭탄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산업용 전기 낭비(20%)’를 지적하는 의견도 많았다. 대형 건물에서 에어컨을 켠 채 외부로 통하는 문을 열어놓거나 온종일 전력을 소비하는 것에 비해 적은 전기요금을 지불한다는 이유에서다. ‘정경유착(14%)’과 ‘한전 비난(2%)’에 대한 의견도 각각 제기됐다.

■ 가정용 누진제와 산업용 전기요금 형평성 제기

키워드로 본 누진제 반응 역시 다양하게 나타났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반응은 ‘전기(3만6,633회)’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았다. 이어 ‘누진세(2만9,302회)’ ‘누진제(2만6,685회)’ ‘에어컨(1만7,933회)’ ‘전기요금(1만7,922회)’ 순이었다.

▲ 그래픽=오의정기자

최근 폭염이 이어지면서 에어컨 가동 여부를 두고 누진세로 인한 요금 폭탄을 걱정하는 가정이 많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의미연결망을 통해 키워드간 연관성을 살펴보면 이러한 누진세 우려를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키워드간 의미연결망에서는 대표적으로 ‘누진제’ ‘전기’ ‘에어컨’ 등의 중심 단어가 강력하게 연결돼 있다.

더불어 ‘누진제’와 ‘전기요금’ 키워드가 가까이 맞닿아 있었고, ‘전기요금’과 ‘국민’이 직접적인 연관성을 나타냈다. ‘에어컨’이라는 키워드는 ‘폭탄’과 연결돼 있어 에어컨을 가동했을 때 누진제로 인한 요금폭탄을 우려하는 시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 그래픽=오의정기자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반응은 말 그대로 ‘산업용(1만3,000회)’의 언급이 가장 많았다. 가정용 누진제와 관련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산업용을 비교하는 게시글이 많은 것으로 관측됐다. 뒤이어 ‘전기(6,804회)’ ‘가정(5,217회)’ ‘누진제(3,597회)’ 순으로 집계됐다.

의미연결망을 살펴본 결과 ‘산업용’은 ‘가정’과 ‘누진제’ 등 비교성 키워드와 가깝게 연결돼 있었다. 특히 ‘산업용’ 주변에는 ‘원가 이하’ ‘공급’ ‘누진제 적용’ 등의 키워드들이 엮여 있어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와의 형평성 문제, 누진제 폐지 반대논리에 대한 반박 등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비즈 빅콘(빅데이터 콘텐츠): '빅콘'은 실시간 이슈를 빅데이터로 분석한 신개념 콘텐츠다. 한국스포츠경제가 '스포비즈 지수'에 이어 새롭게 선보이는 차별화 콘텐츠로, 이슈가 있을 때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리비(Leevi)와 협업을 거쳐 진행할 계획이다.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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