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서연] 무슬림 인구가 꾸준히 늘면서 할랄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할랄 제품이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쳐 생산돼 위생적이고 윤리적이라는 인식 덕분에 비(非) 무슬림 국가에서도 할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할랄(Halal)이란 이슬람법(Shariah)에 따라 무슬림이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되는 것을 뜻한다. 주로 식품만을 의미하다가 최근에는 화장품, 의약품, 관광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 2,700조, 할랄푸드 시장을 잡아라

무슬림 율법에 따라 도축된 육류와 가공·조리된 식품인 할랄푸드는 이미 세계 식품 시장의 17.7%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수준인 16억명에 달하는 무슬림 인구가 현재 2조3,000억달러(약 2,680조원) 규모의 할랄음식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 식품업계가 눈독을 들이는 동남아 시장 공략에 할랄 인증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국내 식품업체들은 지난해 집중적으로 국내외 기구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은 뒤 전 세계로 소비자를 확대하고 나섰다. 할랄식품이 소비되는 이슬람권 시장은 수출상품 관리가 엄격하고 소비자 입맛도 까다롭지만 그만큼 경쟁력을 높여 ‘할랄 대표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는 포부다.

▲ CJ제일제당 '싱가폴 NTUC 할랄김치매대'.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2011년부터 할랄 시장 진출을 준비해 2013년 3월 할랄 인증기관인 말레이시아 이슬람발전부(JAKIM·자킴)으로부터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은 햇반과 조미김, 김치 등 총 3개 품목 46개 제품이다. 현재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수출하고 있으며,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식을 테스팅 중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중동까지 할랄 인증을 받은 한식을 수출할 계획이다”며 “한식 카테고리 자체가 현지인들에게는 생소한 제품들이지만 할랄 인증을 받은 믿을만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로 인지도를 높여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 SPC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 '스위트 기프트 박스(Sweet Gift Box)'. 사진=SPC

제과·제빵 프랜차이즈인 SPC 역시 2009년 5월 이슬람식품영양학회(IFANCA)로부터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 10여종의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아 수출 진행 중에 있다.

매일유업도 지난해 11월 조제분유, 멸균유, 주스블랜드 3종 6개 제품에 대해 세계 3대 할랄 인증기관인 ‘무이’(MUI)로부터 인증을 받았고, 롯데칠성음료도 말레이시아에서 인기를 얻은 밀키스와 알로에주스에 대한 할랄인증을 마쳤다.

 

■ K뷰티, 할랄 투자로 이슬람 영토 넓힌다

글로벌 할랄 시장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분야는 식품(61%)이지만 제약(26%)에 이어 화장품(11%)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뷰티 업체들이 화장품 할랄 인증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화장품의 경우 할랄 인증을 받지 않아도 중동에 진출할 수 있으나 할랄 화장품 업계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중동과 동남아 이슬람 국가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할랄 인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뷰티업계는 전 세계 할랄 화장품 시장의 규모를 현재 100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할랄 화장품 시장은 2014~2019년 5년간 연평균 13.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성장세도 높다.

할랄 화장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돼지에서 추출된 콜라겐과 알코올 성분의 글리세린, 계면활성제 등이 들어가지 않아야 하고 만만치 않은 비용의 할랄 전용 생산라인도 갖춰야 해 조건이 까다롭다.

하지만 얼굴을 부분적으로 가리는 히잡을 착용하는 무슬림 여성들이 화장을 하지 않고서는 외출을 꺼리는 점, 화장 중에서도 특히 눈 화장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점을 볼 때 할랄 화장품 시장은 꾸준히 커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할랄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할랄 인증을 받는 국내 뷰티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 코스맥스인도네시아 '할랄 화장품'. 사진=코스맥스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 전문회사인 코스맥스의 자회사 코스맥스인도네시아는 지난 달부터 할랄 화장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코스맥스인도네시아는 지난 3월 ‘무이’(MUI)로부터 국내 화장품 ODM 업계 최초로 할랄 인증을 받고 50여개 품목 개발을 마쳤다. 로레알, 유니레버 등 글로벌 브랜드를 비롯해 무스티카 라티유, 조야 코스메틱 등 인도네시아 현지 10대 브랜드에 할랄 화장품을 공급하고 있다.

청호나이스 뷰티도 최근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해 할랄 인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과 원브랜드숍 토니모리는 중동 시장을 개척 중이고, 아모레퍼시픽은 아직 중동에 진출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시장조사를 위한 지역 전문가를 파견한 상태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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