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류현진(왼쪽)-세인트루이스 김광현.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올 시즌 야구의 본고장에 KBO리그가 낳은 좌완 에이스 형제가 뜬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ㆍ토론토 블루제이스)과 ‘KK’ 김광현(32ㆍ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정복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완벽한 ‘코리안 데이’였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류현진과 김광현은 10일(이하 한국 시각) 나란히 시범경기에 등판해 무실점 쾌투를 선보였다.

류현진은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의 TD볼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1이닝을 3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투수가 됐다. 류현진의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1.42(6.1이닝 1실점)로 떨어졌다.

이날 류현진은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칼날 제구력을 자랑하며 단 1개의 볼넷도 내주지 않았다. 또한 두 차례 실점 위기 상황이 있었지만, 침착하게 위기를 넘기며 특유의 위기 관리 능력을 뽐냈다. 다양한 구종을 섞어 타자들의 허를 찌르는 장면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찰리 몬토요(55) 토론토 감독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류현진의 경기를 실제로 보면 그가 왜 성공했는지 알 수 있다. 타자들의 타이밍을 흔드는 능력이 뛰어나다. 다음에 어떤 공을 던질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개막전 선발을 응시하고 있는 류현진은 특유의 루틴대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며 순조롭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몬토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그의 루틴을 철저하게 존중하며 에이스로 대우한다. 피트 워커(51) 투수코치는 지역 언론 토론토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성공을 거둔 선수에게 변화를 강요할 이유는 없다"고 신뢰감을 내비쳤다. 미국 매체 ‘디 애슬래틱’의 토론토 담당기자 케이틀린 맥그래스도 “류현진은 다 계획이 있고, 이를 고수하고 있다. 자신의 방법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시범경기에 2~3차례 더 등판할 예정이다. 다음 경기에선 투구 수를 늘려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등판한 김광현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선발진 진입에 한 발 더 다가섰다. 김광현은 류현진보다 2분 이른 2시 5분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해먼드 스타디움에서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3이닝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미국 무대 첫 승을 올렸다.

이날 김광현은 지난 시즌 홈런 226개를 때린 ‘홈런 공장’ 미네소타 타선을 압도했다. 1회 맥스 케플러(27)와 조시 도널드슨(35)을 연속 삼진으로 잡았고, 2회엔 4번타자 넬슨 크루스를 상대로 삼진을 솎아냈다. 3회 1사 후엔 연속 안타를 맞으며 1사 1ㆍ2루에 몰렸지만, 후속 타자를 뜬공과 땅볼로 유도하며 불을 껐다. 탈삼진 능력에 위기관리 능력까지 뽐내며 박수를 받았다. 경기 뒤 마이크 실트(52)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매우 강하고 훌륭한 투수”라며 “그를 보고 있으면 어떤 환경에서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칭찬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메이저리그 입성 후 첫 시범경기를 치르며 사타구니 부상으로 잠시 쉬었던 시간을 제외하면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고 있다”고 김광현의 활약을 조명했다.

김광현은 시범경기에서 거칠 것 없는 활약을 이어가며 ML 연착륙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시범경기 4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8이닝을 던져 11탈삼진을 기록했다. 별명 ‘KK’에 맞는 투구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김광현의 활약 비결 가운데 하나는 ‘팔색조 투구’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 위주의 ‘투 피치’ 투수 라는 인식이 강했던 김광현은 미국 무대서 커브와 스플리터의 비중을 높였다. 시속 150km 웃도는 빠른 공과 느린 커브, 스플리터의 조합은 그를 완급조절에 능한 투수로 만들었다. 지역지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의 릭 험멜 기자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김광현의 완급 조절 능력이 인상적이다. 그의 빠른 공,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스플리터)는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높게 평가한 바 있다.

김광현의 다음 등판은 15일 마이애미 전으로 예정됐다. 4이닝 60~65구를 소화할 전망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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