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구찌는 왜 북한에 1호점을 오픈했을까?
[서평]구찌는 왜 북한에 1호점을 오픈했을까?
  • 송진현 기자
  • 승인 2020.03.11 09:30
  • 수정 2020-03-11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9년 여름 국제부 기자인 저자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무역상들을 만났다.

그들은 “제재에도 타격은 없다. 사업이 더 바빠졌다”고 우쭐댔다. 2016년부터 강도 높은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있지만 북한은 전혀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어떻게 가능한가. 중국이 답이었다.

저자는 랴오닝성 단둥·다롄, 지린성 투먼·옌지 등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대북 사업가, 북한 무역상, 현지 주민들을 취재한 끝에 중국이 북한 경제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남북 경제 협력이 2010년 5.24 조치로 단절되고, 2016년 개성공단까지 가동 중단되면서 중국이 한국의 빈자리를 채우며 북한의 사실상 유일한 경제 파트너이자 후원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북한 경제는 중국에 완전히 종속된 상태에 놓여있다. 북·중 무역액은 2018년 기준 약 27억 2000만 달러로 북한 대외 무역의 95.7%를 차지한다. 대북 제재 속에서 중국은 제재 제외 품목의 수출입을 늘리고, 관광객 100만 명을 북한에 보내고, 국경지대 밀무역을 눈감아주고, 북한 노동력을 편법으로 중국 내에서 고용하는 방식으로 북·중 머니 커넥션을 확대하며 북한의 생명선이 되고 있다.

중국이 있는 한 북한 경제는 제재로 무너지지 않는다. 타격은 입지만 무너질 정도는 아니란 것이다. 북한 경제성장률이 2016년 3.9%, 2017년 -3.5%, 2018년 –4.1%를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곤두박질치는 동안에도 북한의 내부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시장 물가와 환율에 큰 변동이 없었고, 유가도 잠시 급등했을 뿐 원래 가격 수준을 유지했다. 2019년에는 경제성장률이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유엔 보고서까지 나왔다.

게다가 제재 속에서 북중 경제협력은 멈추지 않고 확대되고 있다. 국경 다리와 북중 통상구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중국 대북사업의 주축이었던 조선족과 북한 화교가 한족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중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들은 차질 없이 북중 경제협력 정책들을 빠르게 추진해 나갔다.

시나리오는 명확해지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중국이 북한 경제 장기 독점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을 안보적 관점,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동안, 북한은 중국의 지원사격을 받으면서 빠르게 내부 시장경제를 발전시키고, 경제 개방을 통한 정상국가 도약을 노리고 있다. 중국은 경제가 개방된 북한을 독점하려고 한다.

통일이 되면 북한과 경제적으로 협력해 세계 5위권 국가에 진입하겠다는 대한민국의 장밋빛 계획은 허상으로 다가온다. 남북 관계가 요동치고 국제사회가 북한을 압박할 때마다 중국이 교묘하게 북한의 경제를 휘두르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도 한국을 남측이 아닌 ‘대한민국’이라 부르며 통일의 환상을 접었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대한민국에 마지막 남은 성공투자의 나라, 북한과의 통일은 요원한 일이다.

솔직해지자면 통일은 요원하고, 북한 개방은 가까운 미래다. 우리는 요원한 통일만 기다리기보다 북한을 경제적 대상으로 인식하고 다가올 경제 개방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개방했을 때 어떻게 북한에 투자해야 할지, 북한 경제를 손에 쥐고 흔드는 중국과 어떻게 협력할지 고민해야 한다. 넋 놓고 있다가는 ‘중국의 북한 경제 독점’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2014년 베이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해 조선일보 공채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 미래기획부를 거쳐 현재 국제부에서 일하고 있다. 학창 시절을 포함해 17년 동안 중국 지린성, 랴오닝성, 베이징 등지에서 거주한 중국통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당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단독 인터뷰하는 등 북중 관계의 중요한 순간들을 기록해왔다.

《북중 머니 커넥션》은 2019년까지 2년여 시간 동안 북중 접경지역을 누비며 심층 취재한 결과물이다. <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