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리버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패배
리버풀 골리 아드리안, 결정적 실책
리버풀, 아틀레티코에 무릎. 리버풀이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골키퍼 아드리안의 결정적인 실책으로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EPA 연합

[한국스포츠경제=심재희 기자] 역시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잘나가던 리버풀이 '골키퍼 실수'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년 연속 우승의 꿈을 접었다. 잉글랜드 축구에 잊을 만하면 또 나타나는 '골키퍼 호러쇼'에 고개를 숙였다.

리버풀은 12일(한국 시각) 잉글랜드 리버풀의 안 필드에서 펼쳐진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2-3으로 졌다. 연장전에만 세 골을 내주며 8강행 티켓을 놓쳤다. 원정 1차전에서 0-1로 뒤진 부분을 만회하며 8강 고지 앞에 섰으나 골키퍼 아드리안의 결정적인 실수로 실점한 뒤 와르르 무너졌다. 아드리안은 리버풀이 2-0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은 연장 전반 7분 어이없는 킥 미스로 안 필드를 얼음으로 만들었다. 아드리안 골키퍼의 실수로 다시 추격자가 된 리버풀은 급한 공격으로 수비가 약해지며 연속골을 얻어맞고 홈에서 분루를 삼켰다.

2년 전 '그 사건'의 복사판이다. 리버풀은 2018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골키퍼 때문에 쓴맛을 봤다. 결승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만나 로리스 카리우스 골키퍼의 결정적인 실책 두 번이 빌미가 되어 1-3으로 패했다. 눈앞의 빅이어를 놓친 뒤 큰 돈을 들여 알리송 베커 골키퍼를 영입했고, 지난 시즌 그의 눈부신 선방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올 시즌 알리송의 부상으로 대신 출전한 아드리안 골키퍼의 실수로 다시 눈물을 훔쳤다.

우연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잉글랜드 축구는 그동안 '뒷문'이 불안했다. 특히, 잉글랜드 대표팀은 중요한 경기에서 골키퍼의 치명적인 실수가 나와 우승 꿈을 접어야 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02 한일 월드컵 브라질과 8강전이다. 당시 '철벽수문장'으로 평가 받던 데이비드 시먼이 호나우지뉴의 먼 거리 프리킥에 만세를 불렀고, 결국 잉글랜드는 1-2로 지면서 준결승 고지에 오르지 못했다.

이후에도 잉글랜드는 대표팀 골키퍼들이 귀신에 홀린 듯 고전을 면치 못했다. 월드컵 지역예선과 유로 대회 등 빅매치에서 '골키퍼 실수'는 더 두드러졌다. 데이비드 제임스, 폴 로빈슨, 스코트 카슨, 로버트 그린 등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펄펄 날던 골키퍼들이 대표팀 골문 앞에선 작아졌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던 픽포드가 안정된 방어벽을 구축하면서 비로소 '골키퍼 악몽'을 털어내는 듯했다. 그러나 월드컵 못지않은 열기를 자랑하는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리버풀 골키퍼들의 '호러쇼'로 잊고 싶었던 '흑역사'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축구를 '미스(miss)의 스포츠'라고 부르는 전문가들이 있다. 우리의 실수를 줄이고,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면 승리가 보이기 때문이다. 다른 종목보다 '골'이 많이 나오지 않기에, 득점과 직결될 수 있는 실수 하나에 승패가 갈린다. 골문을 지키는 수문장의 실수는 당연히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또 '골키퍼'로 시끄럽겠다.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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