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채준]브라질 리우올림픽의 폐막식이 가까워 지면서 각 종목을 지원했던 대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 스포츠는 대기업의 지원 없이 좋은 성적을 올리기 어렵다. 꾸준한 투자가 있어야 과학적인 훈련으로 기술을 익히고 수많은 국제 대회에 참가해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선수를 선발하고 뛰어난 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원이 필요하다. 이 역할을 국내에서는 사기업들이 하고 있다. 체육 단체에서는 회장이 누구인지에 따라 종목의 현재와 미래가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체육인들은 대기업 회장님 또는 대기업군에 속한 기업에서 회장사를 맡아주길 원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현대·삼성·SK·한화 등은 스포츠단체의 회장을 맡아 국내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기업들을 웃고 울게 한다.

 

▲현대기아차·한화, 대만족

현대기아차는 이번 리우 올림픽에 대만족 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양궁협회회장)이 대를 이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는 양궁은 이번 올림픽에도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모조리 건져 올렸다. 현대기아차의 정성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기아차가 30년 넘게 양궁을 후원하면서 지원한 금액은 400억원이 넘는다. 특히 정의선 부회장은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아 2008년 중국베이징올림픽부터 이번 리우올림픽까지 참석하면서 양궁과 선수단에 대한 애착을 과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이번 올림픽은 남미 시장 개척의 기회였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화그룹도 이번 올림픽의 승자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갤러리아백화점이 대한사격연맹의 회장사다. 사격연맹은 50M 남자 권총에서 진종오가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이번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수확할 수 있었다. 한화그룹은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회장사를 맡아 15년간 125억원에 달하는 사격발전기금을 지원했다. 현재도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가 대한사격연맹 회장을 맡고 있고 김승연 회장을 대신해 브라질 리우까지 날아가 선수단을 독려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은 젊은 시절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다이너마이트 김'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했다. 화약을 만드는 한국화약의 이미지와 화통한 대인배 성격, 국제무대에서의 통 큰 지원이 이유였다. 

 

▲SK·HDC현대산업개발, 절반의 성공

SK그룹은 펜싱과 핸드볼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핸드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2008년부터 대한핸드볼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SK그룹은 그 동안 핸드볼 전용경기장을 구축하고 국가대표팀도 활발히 지원했다. 펜싱의 경우에도 SK그룹 출신 인사가 꾸준히 협회회장을 맡으면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리우올림픽은 SK 입장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다. 박상영이 남자펜싱 에페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산뜻한 출발을 했다. 하지만 여자 핸드볼이 결선 토너먼트에 오르지 못하고 대회를 마무리 하는데 그쳤다. 정몽규 회장이 대한축구협회회장겸 이번 올림픽 단장을 맡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도 성공이라고 보기 어렵다. 축구는 올림픽 도전에서 처음으로 조1위로 예선을 통과하며 결승 진출을 노렸다. 특히 8강전 상대가 만만한 온두라스라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온두라스에 통한의 패배를 당하며 꿈이 무산됐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한진 삼성 아쉬움 

한진그룹과 삼성그룹은 이번 올림픽에서 성공적이지 못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2008년 7월 대한탁구협회장 취임으로 탁구계와 인연을 맺었고 햇수로 9년째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탁구는 금은 고사하고 메달도 따지 못했다. 삼성그룹은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인 승마와 육상을 지원하고 있다. 승마와 육상은 현실적으로 메달이 어려운 종목이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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