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스포츠 없는 세상’
[기자의 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스포츠 없는 세상’
  • 박종민 기자
  • 승인 2020.03.19 16:28
  • 수정 2020-03-19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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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2018 러시아월드컵 현장 취재를 하던 모습. /한국스포츠경제DB
기자가 2018 러시아월드컵 현장 취재를 하던 모습. /한국스포츠경제DB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요즘 주변에선 “스포츠 지면은 무엇으로 채우나”라는 말들을 건네 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프로스포츠가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체육부에서 일하는 기자에게 노파심으로 건네는 말들이다.

실제로 여태까지 보지 못한 스포츠면이 만들어지고 있다. 으레 들어가야 할 경기 스코어들 대신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명이 곳곳에 실려 있다. 독자들에게 경기 일정을 안내해주는 ‘오늘의 경기’란도 사라진 지 꽤 됐다.

최근 ‘무관중 경기’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프로스포츠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관중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무관중 경기’도 코로나19가 만들어낸 낯선 말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북한 평양의 김일성 경기장에서 관중 없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원정(0-0 무)을 치른 게 불과 5개월 전이었다. ‘깜깜이 중계’나 ‘무관중 경기’라며 혀를 찼던 게 얼마 전인데 지금은 세계인들의 축제가 될 2020 도쿄올림픽마저 ‘무관중 개최’ 얘기가 나오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굴렁쇠 소년을 어렴풋이 기억하는 기자로선 처음 마주하는 ‘스포츠 없는 세상’이다. 적어도 3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은 이런 일이 없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삼 스포츠의 가치를 생각해보게 된다. 군 복무 시절 화생방에서 산소의 소중함을 느끼고, 가뭄 때 물의 소중함을 알게 되듯, 스포츠의 진가도 다시 떠올려보게 되는 것이다. 스포츠는 우리네 일상에 즐거움을 주고 감동을 느끼게 하며 협력과 양보, 희생의 가치도 생각해보게 한다. 공정한 상황에서의 경쟁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사회성도 갖추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외 스포츠 리그들이 다시 정상 운영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도쿄올림픽도 정상 개최가 돼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상 개최는 예정대로 7월 24일 열려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때 개최돼야 한다’는 의미다.

축구 대표팀 손흥민(28)이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IFA 랭킹 1위’ 독일과 3차전(2-0 승)에서 50m를 질주해 쐐기 골을 넣은 뒤 지었던 함박웃음, 여자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22)이 같은 해 평창 동계올림픽 500m 결승에서 실격 판정 후 믹스트존에서 보였던 눈물 등은 체육기자 취재 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남아 있다. 스포츠는 그만큼 희로애락이 담겨 있고 예측불가라 ‘인생의 축소판’으로도 불린다.

코로나19와 승부도 끝나지 않았다. 온 국민이 코로나19에 역전승을 거두며 밝게 웃을 그날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