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저란 놈 맞아주시고, 두서 없는 말들 받아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좀 더 갈고 닦아서 또 작품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마디 한마디 진심이 담겨있다. 배우 조우진이 드라마 ‘38사기동대’ 종영 인터뷰 후 보낸 문자메시지다. 다 옮기지 못했지만 배우로서의 포부, 상대에 대한 배려도 숨어있다. 영화 ‘내부자들’에 이어 ‘38사기동대’에서 작품을 잡아먹은 연기로 대중을 사로잡은 조우진과 대화를 나눴다.

-‘38사기동대’를 마친 소감부터 들려달라.

“(감독이) 시킨대로 연기했다. 캐릭터를 비롯해 드라마를 잘 만들었다.”

-외모와 목소리가 극중 안국장과 잘 맞는다.

“듣기 좋은 목소리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너무 많이 들어 어안이 벙벙하다. 평소 사람 관찰을 좋아한다. 안국장은 아는 연출자의 말투, 아랫사람을 다루고 제압하는 방식을 흉내냈다.”

-2대8 가르마, 양복, 금테 안경도 고위공무원의 느낌이다.

“2대8처럼 공무원에게 어울리는게 없다. 안경은 ‘내부자들’ 조상무에 이어 연장했으면 했다. 의상팀에서 준비해 준 뿔테 메탈테 반무테 등등이 있었는데 감독이 골라준 반뿔테를 썼다.”

-이번 역할을 위해 변신함 점은.

“‘내부자들’ 때문에 10kg을 열흘 만에 찌웠는데 건강이 안 좋아졌다. 체중 때문에 무릎, 발목이 아팠는데 마침 ‘38사기동대’를 만났다. 건장한 체격의 마동석 선배를 꾸중하고 괴롭히는 마른 사람을 보는 재미가 있겠다 싶었다. 기사 댓글에 ‘멸치국장 나왔다’고 쓰여있어 다행이었다.”

-드라마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내부자들’ 개봉 전인 지난해 9월 제작진과 미팅을 했다. 대본의 몇 페이지를 읽어보라 하더니 공무원 역할을 할 수 있겠냐 물었다. 나야 뭐든 하겠다고 했다. 나중에 회식에서 들으니 백성일의 대척에 서는 상사 역할이 있었는데 날 만나고 캐릭터가 구체화됐다고 했다. 또 영화를 보고 확신이 들었다더라.”

-영화와 드라마 모두 갑의 하수인 역할을 그럴듯하게 연기했다.

“조상무, 안국장의 공통분모는 업무수행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똑똑하고 거침없고 배울게 많은 인물이다. 그렇다고 실제로 내가 냉철하거나 감옥에 간 적은 없다.”

-배우가 본 캐릭터의 매력은.

“‘38사기동대’에는 사이다 같은 시원한 인물들이 많았다. 그런 인물들을 더 통쾌하게 만드는 캐릭터가 바로 안국장이다. 얘만 나오면 답답하고 건조한 느낌. 삶은 계란의 노른자 같은 인물을 그리려 했다.”

-안국장 연기에 중점을 둔 것은.

“연기할 때 너무 신났다. 그런데 안국장은 쉽게 신이 나지 않는 사람이다 보니 흥분을 누르면서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선배들의 호흡을 따라가며 가라앉혔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촬영하면서 세 분의 선배께 함께 함께 연기하게 돼 영광이라고 고백했다. 안내상, 이효재, 이덕화 선배께 말이다. 특히 이덕화 선배는 아홉살 때 대구 두류운동장에서 ‘쇼2000’을 진행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대단한 분이 내 앞에서 연기를 하는데 어떻게 찍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극중 항상 괴롭혔던 마동석과는 어땠나.

“형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지 알겠다. 연기하면서 속으로 형을 향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몇 번이나 불렀다. 상대 배우에 대한 포용력, 배려가 엄청난 분이다.”

-드라마 재미 중 하나는 애드리브였는데 시도했나.

“천성희가 인사하는데 본척만척 지나가는 장면이 있다.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어 여보’ 하고 대사를 했다. 그냥 악역만이 아닌 가장의 모습으로 캐릭터에게 현실감을 부여하고 싶었다. 또 계단에서 징계를 앞둔 백성일과 마주쳤을 때 속된 말로 야지를 놓는 모습을 그리려 ‘오늘부터 쉬세요, 퇴근합시다’ 대신 ‘오늘부터 쉬세요, 소설을 쓰시네’라고 했다. 또 매번 백과장이라고 부르다 경찰에 연행될 때 흥분한 감정을 터트리는데 ‘형님 가만 안둘거야’라는 대사도 했다.

-사람 관찰을 좋아하는데 그동안 만난 사람의 모습을 전부 기억하나.

“사람의 특징만을 기억한다. 예를 들어 포커카드가 1에서 K까지 있는데 그 중 몇 장만을 기억하는 것이다. 인상이 깊은 이들은 뇌리에 남기 마련이다.”

-그런 카드가 몇 장이나 있나.

“다음에 써먹을 카드가 몇 장인지 한계가 어디인지가 숙제이기도 하다.”

사진=유본컴퍼니 제공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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