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 엘리 화이트(왼쪽)가 추신수로부터 받은 도움에 감사를 전했다. 엘리 화이트 SNS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어느 마이너리거의 고백으로 드러난 '추추트레인' 추신수(38·텍사스 레인저스)의 인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미국 텍사스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2일(한국시각) '댈러스 모닝 뉴스'는 추신수의 미담을 크게 소개했다. 매체는 추신수가 텍사스의 클럽하우스 리더로 후배나 동료들에게 자신의 풍부한 메이저리그 노하우를 전하는 한편 코로나19로 어려운 형편에 놓인 마이너리거를 위해 기부로 경제적 도움까지 줬다며 놀라워했다. 

도움을 받은 엘리 화이트는 추신수의 미담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캠프가 중단됐고, 40인 로스터에 오르지 못한 나는 초청선수 신분이라 선수 노조는 나와 같은 마이너리그 선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로스터에 오른 선수는 노조의 도움으로 주급이 나오지만 초청선수는 돈을 받을 수 없다"며 "결혼해서 아내도 있고 야구를 못하니 월급도 안 나오고 정말 모든 것이 막막했다. 이런 이야기를 우연히 들은 추신수가 나를 조용히 불러 이런 말을 했다. '네가 돈 걱정하지 말고 야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라고. 그때 도움의 형태보다는 평소 존경하는 선수가 나를 돕겠다고 말해 엄청 위로가 됐다. 그의 조언을 듣는 건 행복하다"고 말했다.

화이트는 추신수로부터 받은 구체적 도움도 언급했다. "그는 나를 포함해 마이너리그에 있는 190명 선수에게 1인당 1000달러씩 개인적으로 기부했다. 특히 나에게는 그 돈 이외에 매주 자신에게 나오는 밀머니(meal money, 1100달러)를 야구가 중단되는 동안 모두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경제적 면에 도움을 줄 테니 야구와 가족에 집중하라'고 말했다"며 "돈을 많이 버는 메이저리그 선수라고 해서 모두 추신수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그는 캠프 때마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위해 식사를 대접한다. 클럽하우스에서 코치들, 물리치료사, 트레이너, 맛사지사, 매니저들의 복지를 위해 가장 먼저 앞서는 선수다. 그 밖에 따로 식사하고 어울리고 생일 선물을 챙기는 모습에 상당히 놀란 적이 있다. 그가 쌓아온 야구 커리어도 대단하지만 인간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은 선수"라고 추켜세웠다. 

추신수(사진)가 코로나19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텍사스 소속 마이너리그 190명 전원에게 1000달러씩을 기부하는 등 훈한한 미담으로 주목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추신수의 밀머니는 화이트의 계좌로 입금됐다. 화이트는 "추신수는 자신이 한 약속을 지켰다. 내 통장에 그의 말처럼 밀머니가 지급됐고 이걸 본 아내가 고맙고 감사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며 "첫 번째 밀머니를 받고 추신수에게 감사 문자를 보냈다. 내가 야구 선수로 성공한다면 마이너리그 선수를 돕는데 앞장 서겠다. 추신수처럼"이라고 감사해 했다. 화이트는 문자 메시지에서 "추, '고맙다'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란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당신이 보낸 건 돈 외에 마음이 담긴 거라 우리 가족에게 더 뜻 깊게 다가왔다. 정말 고맙다. 당신이 보인 마음,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했다. 

추신수는 화이트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이유로 자신의 경험을 꼽았다. 그는 "화이트를 보며 2003년 아내와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40인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하는 선수한테는 밀머니도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생활이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은 마이너리거에게 가장 고통스런 시간"이라면서 "구단에 밀머니를 화이트에게 보내달라고 했다. 첫 밀머니가 지급되던 날, 고맙다는 문자가 왔다. 나도 감동했다. 화이트는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올 시즌을 끝으로 텍사스에 남을지 알 수 없지만 만약 내가 떠난다면 빅리그로 콜업돼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가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고 야구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이 밖에도 한국에 코로나19 성금 2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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