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드라마가 이어지고 있다. 영화감독이 드라마를 연출하는가 하면 영화 제작ㆍ배급사가 드라마 제작을 맡는 등 경계가 느슨해졌다. 이로 인해 드라마와 영화의 장점을 결합한 작품이 잇달아 나오면서 콘텐츠도 다양해졌다. 전체적인 형식과 분량은 드라마에 가깝지만 스크린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연출 기법이 활용되고 화려한 화면을 구성하는 드라마가 계속 시도되고 있는 상황. 드라마와 영화의 제작진이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시너지가 극대화된 양상을 띄고 있다.

■ 경계 허물어진 드라마-영화 제작진

드라마를 방영하는 플랫폼이 다양화 되면서 영화의 장점을 취한 드라마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종영한 tvN '방법'의 경우 영화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드라마 각본 첫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독특한 소재와 섬뜩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전개, 예측하기 어려운 반전이 거듭되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호평을 받았다. 기존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웠던 오컬트라는 소재를 자연스럽게 녹여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드라마라는 이미지도 남겼다.

이러한 시도는 영화 전문 채널 OCN에서 자주 시도 됐다. 채널 브랜드 타이틀을 '드라마틱 시네마'라고 내걸고 지난해부터 영화 같은 드라마를 제작했다. 특히 2월 방영된 '트랩'은 영화 '백야행'을 연출한 박신우 감독이 연출을 맡고 드라마 '별순검' 등을 집필한 남상욱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이어 지난해 8월 선보인 '타인은 지옥이다'는 영화 '사라진 밤'을 연출한 이창희 감독과 드라마 '구해줘'를 쓴 정이도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 영화 투자배급사의 드라마 시장 출격

영화 투자배급사가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례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종영한 JTBC '이태원 클라쓰'는 영화 배급사인 쇼박스가 처음으로 제작한 드라마다. 시청률 14%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고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매주 발표하는 콘텐츠영향력지수(CPI) 드라마 부문에서도 3주 연속을 차지했다.

영화 투자·배급사인 뉴(NEW)는 지난 2016년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성공적으로 제작하며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앤뉴를 설립했다. 드라마 '뷰티인사이드'를 집필한 임메아리 작가, 드라마화 됐던 '미스함무라비' 작가 문유석 판사, 웹툰 작가인 강풀 등 경쟁력 있는 작가들이 소속돼 있다.
OCN '번외수사'도 영화 '범죄도시' '성난황소'를 기획하고 제작한 팀고릴라가 공동 기획한 드라마다.

■ OTT 시장 확대

이렇게 드라마가 높은 퀄리티의 제작을 하게 된 계기에는 다양화된 플랫폼 시장에 있다. 비교적 규제가 엄격한 지상파에 비해 케이블이나 종합편성채널, OTT의 경우 다소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시도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또한 각종 플랫폼에서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으로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 생성을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영역을 뛰어넘은 협업이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는 최근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을 통해 190여 개국의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조선 좀비물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내세운 '킹덤'은 드라마 '시그널'을 쓴 김은희 작가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 '특별시민'의 박인제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제작비 또한 200억 원을 투입해 한층 완성도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이에 국내 방송사 채널의 실시간 스트리밍을 지원하는 웨이브는 한국영화감독조합과 손잡고 8부작 단막극 시리즈인 'SF8'을 오는 7월 공개 할 예정이다. 영화 '허스토리'의 민규동, '작업의 정석'의 오기환, '연애의 온도'의 노덕,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장철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안국진, '나를 잊지 말아요'의 이윤정, '아워바디'의 한가람, '죄 많은 소녀'의 김의석 등 총 8명의 영화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들은 40분짜리 SF작품을 8개 선보이는데 감독판을 웨이브에 7월 선공개하고 오리지널 버전을 MBC에서 8월 중에 내보낸다. 각각의 작품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기술발전을 통해 완전한 사회를 꿈꾸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로봇, 게임, 판타지, 호러, 데이터, 초능력, 재난 등 다양한 소재가 등장할 예정이다.

MBC IP개발제휴TF(Task Force) 관계자는 "MBC는 한국영화감독조합과 SF소설 원작을 발굴해 1년간 기획했다"며 "'SF8'은 영화와 드라마의 콘텐츠 경계를 넘었다는 의미에도 방송과 OTT 플랫폼을 넘나드는 서비스 다각화라는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영화와 드라마가 미디어 간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융합을 시도하면서 색다른 콘텐츠 생성에도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다년간 지상파 드라마의 약세가 계속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드라마계에서 여러 시도를 하게 됐다.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러한 협업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다양한 플랫폼에 맞춰 드라마 또한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라고 말했다.
 
사진=각 드라마 포스터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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