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사진=삼성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국민타자' 이승엽(40·삼성)이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최고'의 자리를 내어준 '선배'도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승엽은 지난 24일 대구 SK전 0-1로 뒤진 2회초 무사 2루에서 SK 선발 김광현에게서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 개인통산 1,390번째 타점을 기록했다.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갖고 있던 KBO리그 통산 최다 타점(1,389개)을 뛰어 넘는 신기록이다.

대기록을 세우고도 이승엽은 동료와 팀을 잊지 않았다. 그는 "(타점은) 동료들이 내 앞에 나가준 덕분에 좋은 기록이 나왔다. 팀 동료에게, 같이 뛰었던 대선배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내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가 예정된 이승엽에게는 기록 하나 하나가 더 의미 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 현재 리그 9위에 머물고 있는 팀을 생각하며 기록의 기쁨도 내려놨다. 이날도 삼성은 3-4로 졌다. 이승엽은 "타점 신기록을 달성한 것은 기쁘고 뿌듯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야구는 단체 종목인 만큼 팀이 패했기 때문에 기쁨은 잠시 접어두고 다시 남은 경기에 집중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팀원들 모두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 기록도 중요하지만 고참으로서 팀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마지막 경기까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이승엽은 2013년 통산 352홈런을 때려내 양준혁 위원(351홈런)을 넘어 최다 홈런 기록을 썼고, 이번에도 양 위원의 최다 타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승엽에게 최다 홈런과 타점 기록을 모두 내준 양준혁 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섭섭한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지 않나"면서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웃었다. 그는 이승엽이 타점 신기록을 수립하자 자신의 트위터에 '이승엽 선수의 KBO 통산 타점 신기록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고 남기기도 했다.

두 사람은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이기도 하다. 양 위원은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승엽이는 함께 뛰었던 선수였던 만큼 더 축하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18시즌 동안 1,389타점을 기록했는데 승엽이는 4시즌을 앞당겨 14시즌 만에 새 기록을 세웠다.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 순도 면에서도 승엽이가 더 월등하다"고 말했다.

양준혁 위원은 오히려 자신을 넘어선 이승엽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승엽이가 일본에 간 바람에 내가 잠시 영광을 누렸던 것이다. 이제 실제 주인이 본인의 것을 찾아간 것이다"며 "나는 잊혀져 가는 선수다. 그런데 승엽이 덕분에 내 기록도 언급되고 있다는 점도 고맙다"고 웃음지었다.

'마지막'을 향해 뛰는 후배에게 선배 양준혁 위원은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양 위원은 "통산 1,500타점을 깨고, 내년에도 올해도 좋은 성적을 내 마무리를 잘했으면 좋겠다. 제 2의 야구 인생도 더 멋지게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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