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이가 세터 염혜선과 포옹하고 있다.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언니가 돌아왔다!’

여자배구 원년 멤버인 한송이(36)가 2019-2020시즌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지난 시즌까지 윙스파이커(레프트)와 센터를 병행한 그는 2019-2020시즌 완전한 센터로 거듭났다. 팀 내 외인 주포 발렌티나 디우프(27) 다음으로 높은 공격점유율(9.07%)과 득점(230점)을 기록했다. 공격성공률도 40.71%로 7시즌 만에 40%대를 찍었다. 데뷔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공격성공률이다. 블로킹에서는 커리어하이를 마크했다. 세트당 0.636개로 리그 전체 4위에 올랐다. 블로킹 600개(통산5호), 공격득점 4000점(통산3호)도 완성하며 베테랑의 위엄을 뽐냈다.

노력의 결실은 달콤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5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맏언니로 여자배구 대표팀이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내는 데 이바지했다. 지난 9일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팀·개인상 전달식에서 베스트7 센터 부문에 뽑혔다. 한송이가 베스트7을 수상한 건 데뷔 이후 처음이다. 한송이는 12일 본지와 통화에서 “매년 시상식을 보면서 다른 선수들이 부러웠다. 솔직히 제가 앞으로 받을 기회가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BEST7 수상이 2019-2020시즌 목표였는데 이뤄서 정말 기뻤다”고 밝혔다.

시상식 뒷이야기도 풀었다. 2019-2020시즌 V리그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전달식으로 조용히 진행됐다. 2010-2011 시즌 V리그 베스트드레서상을 받기도 했던 한송이는 “좋을 날인 만큼 메이크업도 받고 드레스도 입어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GS칼텍스 (강)소휘와 내년에 또 타서 꼭 같이 드레스를 입자고 했다”고 웃었다.

팬들은 2019-2020시즌 한송이에게 ‘회춘송이’라는 기분 좋은 별명을 지어줬다. 한송이는 “전성기 시절로 돌아온 것 같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다.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코트에서 활기찬 플레이를 보여드려서 그렇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 코트에서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제2의 전성기가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송이는 국가대표 레프트 출신이다. 2007~2008시즌 득점왕(692점)을 차지하는 등 여자배구 대표 레프트 공격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지난 2015-2016시즌부터 공격성공률이 30%대로 떨어지며 내리막을 걸었다. 2017-2018과 2018-2019시즌에는 32%까지 떨어졌다. 센터 포지션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부침을 겪었다. “은퇴할 때가 됐다”는 냉혹한 평가가 나왔다. 실제 한송이도 지난 시즌까지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기는 아쉬웠다. 센터 포지션에 적응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고, 2019-2020시즌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다. 한송이는 “센터로 시즌을 준비하면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주위에서 편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도움을 많이 줘서 해낼 수 있었다. 이제 센터의 재미를 알 것 같다”고 했다.

2019-2020시즌 종료 후 네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KGC인삼공사는 한송이와 재계약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송이도 내심 KGC인삼공사가 선수생활의 마지막 팀이 되길 바라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다시 FA 자격을 얻을 수 있을지 몰랐다. 네 번째 FA 자격을 얻으니 놀랍기도 하고 프로에서 정말 오래 뛰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구단에서 한 번 더 같이 해보자는 말을 해주셨다. 저도 팀을 옮긴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인삼공사에서 은퇴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니폼을 벗기 전까지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느냐는 질문에 한송이는 주저 없이 올림픽 메달과 팀 우승을 꼽았다. 그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각각 은메달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아쉽게 4위에 그쳐 올림픽 시상대에 서는 것이 오랜 꿈이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이뤘다. 우승도 해 보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도 땄다. 마지막 꿈은 올림픽 메달”이라며 “저뿐만 아니라 한국 여자배구의 숙원이다.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 모든 걸 바치고 싶은 마음이다. 모든 운을 바쳐서라도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한송이는 프로에서 두 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코트를 떠나기 전까지 우승의 기쁨을 한 번 더 누리는 게 목표다. “아직 센터로서 보여줄게 남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센터로 완성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 그러면서 우승을 한 번 더 해 보고 싶다. 팀에 오고 나서 좋은 성적 낸 적이 없어서 만약 재계약을 하면 지금 팀 멤버들과 정상에 서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당분간 은퇴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몇 년은 충분히 더 뛸 수 있을 것 같다’는 덕담에 한송이는 ''그럼요. 꼭 오래 해야죠''라고 답했다. 베테랑의 연륜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한편, 한송이는 배우 조동혁과 4년째 열애 중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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