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희 전 감독/사진=이호형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제 경험을 듣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강동희(50) 전 원주 동부 감독이 프로스포츠 부정방지 특별강사로 나섰다. 승부 조작으로 징계를 받은 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다.

28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프로야구 KBO리그 kt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앞에 선 그는 긴장이 역력한 모습으로 "지난 날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참회한다"며 "2011년 이후 아직까지 나를 괴롭히고, 내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는 일이다"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프로농구를 호령하던 강 전 감독은 2011년 프로농구 4경기에서 후보 선수를 기용해 승부를 조작하고 브로커로부터 4,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10월에 추징금 4,700만원을 선고 받았다. KBL에서도 영구 제명돼 농구계를 떠났다.

올해부터 프로스포츠 5개 종목에서 부정 방지 교육을 하고 있는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보통 법무부 관계자나 스포츠토토 전문 강사들이 강사로 초빙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동희 감독이 특별 강사로 서면서 승부조작의 폐해를 직접 전달할 수 있게 했다.

강 감독은 "다시는 운동을 하는 후배들이 나와 같은 길을 걷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오게 됐다. 나의 일이 다시 세간에 나오는 일도 부담스럽지만, 나와 같은 아픔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은 낮 12시30분부터 약 45분간 비공개로 진행됐다. 강 전 감독이 가장 강조하고 여러 번 반복한 말은 "나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그는 경험을 토대로 선수들에게 가장 믿었던 지인이 승부 조작 브로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전 감독은 강연 후 "주변에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친분을 갖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승부조작을 제의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사람들이다. 한 번 걸려들면 모든 걸 잃는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을 들은 kt의 한 선수는 "본인이 직접 겪은 일을 들으니 더 와 닿기도 하고, 경각심이 들더라. 가장 친한 사람이 그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한 때 최고의 스타였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그는 모든 걸 잃었다. 이날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안절부절 못할 만큼 긴장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 전 감독은 당시 사건에 대해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모든 걸 잃고 나락에 서있는 심정이었다. 5년 전 일은 다시 돌이켜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악몽 같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이태양(전 NC)과 유창식(전 KIA) 등 유망주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건들에 대해서도 그의 마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강동희 전 감독은 "마음이 아프다. 그 일이 있은 후 스포츠를 잘 보지도 못하고 멀리 한다. 사람들이 많은 데 가지 못하는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며 "나의 이야기가 선수들에게 전달이 돼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 관계자는 "강 전 감독은 앞으로도 프로스포츠 부정방지 교육 특별강사로 나설 예정이다"고 말했다. 강동희 전 감독은 "큰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앞으로도 내가 필요하다면 내 경험을 통해 부정방지 교육 등의 활동으로 조금이나마 죄에 대해 갚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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