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 수비를 소화하고 있는 KT 강백호.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21일 막을 올린 KBO 리그 교류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비시즌 포지션을 바꾸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선수들의 경기력이다.

‘천재 타자’ 강백호(21·KT 위즈)는 붙박이 1루수로 변신할 예정이다. 고교 시절 포수와 투수를 겸업한 그는 2018년 프로에 데뷔한 뒤 외야수로 전향했다. 프로 첫해 좌익수로 활약한 뒤 지난해에는 우익수로 이동했다. 낯선 포지션에 전향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1루 자리에 적응 중이다. 21일 한화 이글스와 연습경기에서도 실수 없이 1루 수비를 소화했다. 수비 부담이 덜한 1루수에 정착한다면 강점인 타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강철(54) 감독은 “1루 수비가 타격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 같다. 1루 쪽으로 타구가 많이 오고, 계속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강)백호는 그런 쪽에서 부담을 잘 느끼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강백호가 1루로 이동하면서 생긴 빈자리에 비시즌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배정대(25)가 들어가 KT 외야에 안정감이 생길 수 있다. 대표팀에도 호재다. 젊은 거포 1루수가 부족한 대표팀에 강백호의 1루수 정착은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KIA 나지완(왼쪽)과 LG 정근우. /OSEN

베테랑 나지완(35·KIA 타이거즈)과 정근우(38·LG 트윈스)은 본래 포지션으로 돌아갔다. 최근 몇 년간 거의 지명타자로 출장했던 나지완은 겨우내 체중을 감량하는 등 절치부심하며 외야수 복귀를 준비했다. 맷 윌리엄스(55)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그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국내 청백전에서 꾸준히 ‘4번 좌익수’로 출장했다. 21일 삼성 라이온즈와 연습경기서도 좌익수로 출장해 5회초 다이빙 캐치를 선보이며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팀 내 최고의 장타력을 지닌 그가 4번 좌익수로 부활하면 KIA 타선에 무게감이 생긴다.

한화 시절 1루수와 중견수를 맡은 정근우는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로 LG 유니폼을 입은 뒤 2루수로 복귀했다.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들어 수비 범위는 예전보다 줄었지만, 공격적인 주루와 타격 능력은 여전하다. 올 시즌 기존 주전 정주현(30)과 출전 시간을 양분할 가능성이 크다. 류중일(57) 감독은 두 선수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화 노시환. /OSEN

한화의 거포 유망주 노시환(20)은 올 시즌 주로 유격수로 출전할 전망이다. 지난해 주로 3루 수비를 소화했으나 주전 유격수 하주석(26)이 긴장할 정도로 타격에 수비까지 일취월장하며 한용덕(55)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청백전에서 14경기 중 8경기에 유격수로 출장했고, 타율 0.302(43타수 13안타) 2홈런 9타점 OPS 0.915를 기록했다. 그는 “원래는 고등학교 때부터 봤던 3루사 편했는데 지금은 유격수 수비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노시환은 자체 청백전에서 좋은 타격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수비가 좋아졌다. 여유가 생긴 것 같고, 유격수와 3루수 등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 경기만 잘해준다면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전준우(34)는 올 시즌 1루수 겸업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는 유망주 강로한과 고승민을 외야로 전향시키는 대신 프로 데뷔 이후 줄곧 외야수로 뛴 전준우를 1루수로 돌렸다. 현재까지는 외야수와 1루수를 겸업할 가능성이 크다. 전준우는 21일 NC 다이노스와 연습경기에서 기존 자리인 좌익수로 출장했으나, 강로한(28), 고승민(20)이 주전 외야수로 정착하면 1루수 미트를 끼는 시간이 많아질 전망이다.

SK 강지광. /OSEN

SK 와이번스 강지광(30)은 선수 인생을 걸고 승부수를 던졌다.  2018년 2차 드래프트로 SK 유니폼을 입은 그는 염경엽(52) SK 감독의 권유로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했다. 그러나 어깨가 말썽을 부렸고, 2년 동안 1군에서 한 경기 출장에 그쳤다. 결국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다시 타자로 돌아왔다. 11일 자체 청백전에서 마무리 투수 하재훈(30)을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터뜨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사실 타자로 전향하면서 이대로 선수 생활을 마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많았지만, 후회는 없다. 타자로 뛰고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해 ‘히트상품’이 된 하재훈에 이어 또 한 명의 ‘트랜스포머’가 탄생할지 주목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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