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됐던 극장가에 신작 영화들이 개봉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록버스터 대작은 없지만 소규모 제작비의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확정하며 관객과 만남을 기다리는 중이다.

■ ‘호텔 레이크’부터 ‘슈팅걸스’까지..신작 한국영화 줄이어

영화 '호텔 레이크'(왼쪽부터) '저 산 너머' '슈팅걸스' 포스터.

오는 29일 개봉하는 ‘호텔 레이크’는 호텔을 찾은 유미가 그곳에서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되는 섬뜩하고 소름 끼치는 사건을 그린 공포 괴담이다. 이세영, 박지영, 박효주 등 여성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섰다.

영화는 22일 언론시사회를 열며 개봉 전 취재진에게 영화를 먼저 공개했다. 그동안 영화계는 코로나19 사태 후 시사회를 자제해왔다.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완화되며 시사회를 열었으나 배우들과 감독이 참석한 기자간담회는 진행하지 않고 영화 상영만 진행했다.

‘호텔 레이크’ 관계자는 “최대한 대면 접촉을 피하면서 작품을 알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연배우 이세영은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로 홍보를 진행하려 했으나 tvN 드라마 ‘메모리스트’ 촬영으로 인해 무산됐다.

故(고)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다룬 ‘저 산 너머’ 역시 오는 30일 개봉을 앞뒀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그 시절, 가족의 사랑 속에서 마음밭 특별한 씨앗을 키워간 꿈 많은 7살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힐링 무비다. 종교, 신앙을 초월해 모두를 품은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다룬 첫 극영화다.

배우 이항나, 안내상, 강신일, 송창의, 이열음과 260대 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된 아역 배우 이경훈이 출연했다. 영화 ‘해로’로 대종상 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은 최종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저 산 너머’는 지난 20일 언론시사회를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기자간담회는 진행하지 않았고 최동태 감독을 비롯한 이항나 안내상 이경훈 등 배우들이 영화 상영 전 무대에 올라 “코로나19 사태에 이 영화가 위로가 됐으면 한다”라고 인사했다.

삼례여중 축구부와 스승인 고 김수철 감독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슈팅걸스’ 역시 23일 시사회만 개최한 후 다음달 6일 관객들과 만난다.

여러 시련 속에서도 아픔을 극복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선수들의 모습과 성장통을 생생히 담아 진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지소연, 조소현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해내며 국제적 위상을 쌓아가고 있는 국내 여자 축구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볼만하다.

배우 정웅인과 직접 고 김수철 감독에게 축구 지도를 받으며 삼례여중 축구부원으로 연기한 신예 배우 이비안, 정예진, 정지혜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배우 임수정이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고양이 집사’는 27일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를 연다. 이희섭 감독을 비롯해 조은성 프로듀서, 나응식 수의사, 김하연 작가가 참석한다. 영화사 측은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안내하며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다 돈이다”..개봉 미룰 수 없는 저예산 영화

영화 '호텔 레이크' 스틸.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 영화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당초 3월 개봉을 예정했으나 개봉을 미룬 ‘결백’ ‘콜’ ‘침입자’ 등 상업영화와 사뭇 다른 행보라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한 영화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완전한 소강 상태에 접어들기까지 마냥 기다리기 힘든 상황이다”라며 “상대적으로 현재 시기가 대관료도 저렴하다. 게다가 작품에 연관된 사람들의 인건비와 제작비 회수,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 역시 “기대작들의 개봉이 줄줄이 밀린 상황에서 신작이 없는 지금 개봉하는 게 오히려 더 유리할 수 있다”며 “제작비가 큰 작품이 개봉할 때 맞춰 공개할 시 경쟁에서 당연히 밀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위기를 감행하고 개봉을 확정한 저예산 한국영화들이 ‘집 떠난’ 관객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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