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최우식은 영화 ‘기생충’을 시작으로 배우 인생의 새로운 길이 열렸다. 봉준호 감독과 ‘옥자’(2017)에 이어 두 번째 만난 작품을 통해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올해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이 영화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고 할리우드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과를 거둔 ‘기생충’ 이후 대중에게 처음 선보이게 된 ‘사냥의 시간’. 최우식은 “‘기생충’ 이후 공개되는 첫 작품이라 솔직히 긴장을 많이 했다”며 “다행히 해외 반응이 좋아 기쁘다”라고 말했다. 최우식은 극 중 누구보다 준석(이제훈), 장호(안재홍), 상수(박정민) 세 친구를 먼저 생각하는 의리파 기훈 역을 연기했다.

-‘사냥의 시간’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라 선택하게 됐나.

“출연배우들 중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제안을 받았다. 사실 윤성현 감독님이 보여주고 싶었던 장르적인 영화는 해외에서 인기 있는 편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체험적인 영화가 드물지 않나. 이런 영화를 나도 한 번 찍고 싶은 마음이 컸다.”

-기존 연기와 많이 다른 모습이다. 욕설도 많고 거친 모습을 연기했는데.

“내가 여태껏 보여주지 않은 얼굴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물론 ‘마녀’에서도 어느 정도 센 모습을 연기하기 했지만 그때와는 결이 다른 연기라고 생각했다.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은 중간지점을 찾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다행히 형들이 잘 챙겨줘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냥의 시간’은 당초 극장 개봉을 예정한 작품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어려워져 넷플릭스로 플랫폼을 바꿨는데 이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걱정은 전혀 되지 않았다. 넷플릭스를 통해 한 번에 영화가 세계에 공개된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는 OTT를 통해 개봉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이다. 해외 진출이라는 단어가 없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서로 좋은 자극이나 영향을 받은 게 있나.

“이제훈, 안재홍, 박정민까지 촬영 전부터 함께 연기를 하고 싶었던 형들이다. 정말 치열하게 연기했다. 처음으로 연기욕심이라는 게 생겼다. 현장에서 즐겁게 있다가도 액션 들어가자마자 다들 불꽃 튀게 연기했다. 서로 엄청난 시너지를 줬다. 배우 최우식으로서 정말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제훈 형의 맏형으로서 리더십에 놀랐다.”

-‘사냥의 시간’은 미래에 대한 청춘의 생존, 불안을 다루고 있다. 최우식 역시 그런 시간을 통과했나.

“물론 영화처럼 극적으로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나 역시 그런 시간이 있었다. 신인 시절에는 오디션 잡는 것도 불확실했고 당장 내일 뭐가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런 시간을 참고 견디면서 꾸역꾸역 연기했다. 이런 시간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또래 청춘들에게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하고픈 말이 있다면.

“‘거인’ ‘기생충’ ‘사냥의 시간’까지 자신이 처한 상황보다 더 좋은 미래로 가고 싶어하는 청년을 주로 연기했다. 안 좋은 선택을 하고 대가를 치르는 청년을 연기했는데 거기서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충분히 더 나아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거기서 또 배우는 게 있을 것이고 실패했어도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시기가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기훈 역을 위해 타투부터 헤어스타일까지 외적으로 많은 공을 들였는데.

“처음에 기훈을 상상했을 때 진짜 쿨하고 틀에 안 박힌 친구라고 생각했다. 외적으로 뽐내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타투는 당연히 할 것 같았다. 감독님도 나와 똑같이 생각했다. 감독님은 심지어 기훈의 머리스타일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리즈시절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웃음) 내게 큰 충격이었다. 타투도 2시간 동안 작업했다. 매번 2시간 전에 와서 분장하고 지우는 게 힘들기도 했다.”

-할리우드 영화 ‘전생’ 출연 제의를 받았다. 할리우드 진출인데 어느 정도 진행됐나.

“아직까지는 논의 중인 상황이다. 아무래도 한국영화 제작사와 소통하는 것보다는 거쳐야 할 게 많다. 올해 정리가 될 것 같은데 아직 완전히 확정 난 건 아니다. 할리우드 진출도 타이밍이 맞아야 가능한 것 같다. 지금 한국에서 더 열심히 하고 일을 하고 있고, 이런 부분을 해외 분들이 더 좋아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해외 작품으로 해외 분들에서 인사를 드리기보다 ‘기생충’이란 한국 영화로 해외 분들에게 인사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막 욕심 내서 하려는 건 없는 것 같다.”

-‘기생충’ 이후 계획이나 고민이 있다면.

“아무래도 작품 걱정과 고민이 생긴다. 그전보다 부담감이 생기고 더 욕심도 난다. 욕심이 커지면 안 되는 건 알고 있는데 자꾸 욕심이 커지니 부담감이 생긴다. 다음에는 진짜 가볍고, 카메라 앞에서 노는 그런 연기를 또 해보고 싶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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