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훈련을 하고 있는 최주환(왼쪽)과 오재원. /OSEN

[잠실=한국스포츠경제 이정인 기자] KBO 리그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는 ‘화수분 야구’로 인정받을 만큼 10개 구단 중 가장 두꺼운 선수층을 보유한 팀이다. ‘주전급 백업’ 선수들이 즐비해 포지션별 다툼이 치열하다. 

2020시즌 최고 격전지는 2루다. 오재원(35)과 최주환(32)의 경쟁 구도다. 확실한 강점과 개성을 갖춘 선수들이다. 공격력에선 최주환이 수비력에선 오재원이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대부분 지명타자로 출전한 최주환이 지난해 부동의 주전 2루수인 오재원의 부진한 틈을 타 자주 글러브를 끼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올해 김태형(53)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개막 직전까지 2루의 주인을 못박지 않고 둘의 무한 경쟁을 유도했다.

두 선수 다 독기를 품고 올 시즌을 준비했다. ‘캡틴’ 오재원은 지난 시즌 데뷔 이후 처음으로 1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98경기에 출장해 타율 0.164(177타수 29안타)로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다.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 그는 계약 기간을 스스로 3년으로 줄이며 반등 의지를 불태웠다. 새해 초부터 미국으로 건너가 부활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오재원은 "지난해 부진은 야구를 하면서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같은 실수를 안 하도록 노력했다. 특별한 목표보다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두산 최주환. /OSEN

지난 시즌 87경기 출전에 그친 최주환도 비시즌 체중 8kg을 감량하는 등 주전 2루수로 도약하기 절치부심했다.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생애 첫 FA 자격을 취득해 동기부여가 여느 해보다 더 강하다. 이른바 ‘FA 로이드’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청백전 17경기서 타율 0.388로 두산 타자 중 1위를 기록하며 비시즌 훈련 성과를 확인했다. 강점인 타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안정감이 생겼다. 최주환은 "수비는 지난 3년간 통계를 보여줬고,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개막 후에도 김태형 감독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주전 2루수 다툼은 현재 진행형이다. 5일 개막전엔 오재원이 6일 경기엔 최주환이 선발로 나섰다. 오재원은 개막전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수비 안정감을 보여줬다. 최주환은 첫 선발 출장 경기에서 결승 홈런을 터뜨리는 등 무력시위를 펼쳤다.

김 감독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선수를 기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6일 LG와 경기를 앞두고 “(오)재원이가 주장이고, 수비는 (유격수) (김)재호와 함께 나가 있는 게 무게감이 좋다"며 "타격에서 최주환을 선발로 내면 상대와 힘으로 붙을 수 있다. 대타 요원이 썩 좋지 않아서, (오)재원이가 선발이면 주환이를 대타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하고 건강한 경쟁은 팀을 살찌운다. 김 감독의 행복한 고민은 올 시즌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두산 내야의 중심인 두 선수가 올 시즌 시너지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잠실=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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