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배우 송강호 하면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영화 ‘조용한 가족’(1998)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이하 ‘놈놈놈’)에 이어 오는 7일 개봉할 ‘밀정’까지 총 네 작품을 함께 한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에게 “한계 없는 배우”라는 찬사를 보냈다. 송강호는 호탕하게 한 번 웃으며 “한계라는 건 막연한 이야기죠.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부족함을 느끼고 한계를 느끼는 거니까요”라며 겸손해 했다. 이어 “20년 세월 동안 대중들에게 비춰진 것들이 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기대나 신뢰가 없진 않을 것이다”며 은근한 자랑도 꺼내놓았다.

-특별히 자신 있는 연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잘하는 연기가 어디 있겠나. 주연배우로 그 인물의 희로애락을 다 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기한다. 예를 들면 유머는 자연발생적이다.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삶에 비극도 있고 희극이 있는 것처럼 일부러 ‘웃음을 만들어 내야겠다’ 작정하고서 연기한 건 없다. 만약 억지로 했다면 더 웃겼을 테지.”

-작품 고르는 촉은 자신해도 되지 않을까.

“운이 맞아야 한다. 어느 작품이라고 밝힐 순 없지만 내가 시나리오 받았을 땐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나중에 그 작품이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있었다. ‘아깝다’라는 마음보다 작품과의 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운이 많이 따라준 것 같다.”

-‘밀정’ 캐스팅 과정에 밀정이 있었다고.

“최재원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대표가 나한테는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다고 하고, 김 감독한테 가서는 내가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농담으로 덧붙이자면 최 대표의 ‘밀정’ 같은 농간에 놀아난 셈이다.”

-결국엔 이 영화를 택했다.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 일제강점기 배경으로 수많은 작품이 있는데 ‘밀정’은 흔하지 않은 회색빛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조선과 일본 사이에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색체가 선명하지 않고 흐린 느낌의 회색이라고 표현하는 그 컨셉트에 끌렸다. 시나리오부터 창의적인 시선이 존재했고, 더구나 김 감독 연출이라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우리 편이다, 아니다 이분법적인 논리로 구분됐던 사람들을 통해 또 다른 역사의 아픔을 봤으면 했다. 내가 연기한 조선인 일본경찰 이정출이 의열단 멤버 연계순의 시신을 보고 슬픔을 느끼는 장면이 기억난다. 연계순 개인에 대한 연민이라기보다 작고 힘없는 민족의 고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극중 이정출은 실제인물 황옥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그 부분에 있어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우리 영화는 황옥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를 정리해 만든 것이 절대 아니다. 일부 자료에는 남몰래 독립투사를 도운 의열단이라는 말도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일제 앞잡이 노릇을 한 것도 맞다. 그 인물에 대해선 함부로 평가하기 힘들다. 단순하게 회색빛의 시대에서 회색빛으로 살아왔던 사람의 이야기를 한다고 받아들여주셨으면 한다. 황옥이라는 분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 건 아니라 생각한다.”

-특별출연한 이병헌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놈놈놈’ 이후 8년 만에 만났다는 점에서 관객들이 재미있어할 것 같다. 현장에선 더 재미있고 웃겼는데 편집으로 많이 정돈됐다. 감독님이 잘 선택하신 것 같다.”

-공유에겐 ‘공다슬기’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다슬기 같은 친구다. 본인이나 팬들이 별명을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라 다행이다. 보통 밝은 친구들은 많은데 공유는 맑다. 4~5개월 작업 같이 하면서 이미지 그대로였다. 인성도 그렇고 영화에 대한 열정도 그랬고 모든 것이 깨끗하고 맑았다. ‘부산행’이나 ‘밀정’에서 드러난 공유의 매력은 빙산의 일각이다.”

-많은 후배들이 작업하고 싶은 선배로 꼽는데, 특별히 원하는 후배가 있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 항상 새 작품 들어갈 때마가 기대가 된다. 이번 작업은 누구랑 하게 될까. 결국은 감독의 권한이니까 나는 잘 모른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줄 때도 있는지.

“종종 사투리 연기가 어렵다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언어는 연기를 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언어를 위해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연기를 위해 언어를 채택할 뿐이다. 내가 굳이 사투리를 고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감독과의 8년 주기설에 대핸 어떻게 생각하나.

“재미있는 말이다. 다음 8년을 또 기약하기로 했다. 김 감독께서는 20년 간 한길을 걸어오면서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았다. 새로운 경험을 계속해서 시도하는 모습이 대단하다. 미국에서도 작품을 하시지 않았느냐. 존경스럽다.”

-미국배우와 함께한 것은 본인이야기이기도 한데.

“일단 말이 안 통하니까 힘들더라. 하하하. 미국배우 크리스에반스와 ‘설국열차’를 했고, ‘밀정’에선 일본배우 츠루미 신고와 호흡을 맞췄다. 지금 찍고 있는 영화 ‘택시운전사’에선 독일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이랑 함께 한다.”

-덩달아 해외팬도 많이 늘었을 것 같다.

“개인 팬이라기보다 한국영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 같다. 토마스 크레취만도 한국영화를 많이 알고 있더라.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도 주목받고 있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혁혁하게 발전했다라고 개인적으로 그렇게 자부한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황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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