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희관/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두산 왼손 투수 유희관(30)이 또다시 구단의 역사를 바꿨다. '느림의 미학' 유희관의 존재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

유희관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맹타를 휘두르는 삼성 타선을 상대로 쉽지 않은 승부를 벌였지만 7⅓이닝을 8피안타(2홈런) 1볼넷 4탈삼진 5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15승(4패)째를 수확했다.

최근 팀이 불펜 난조로 고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긴 이닝을 책임질 줄 아는 유희관의 존재감은 더 빛났다. 계속되는 시소 게임에도 선발 유희관이 버티고, 뒤이어 경찰 야구단 전역 후 첫 등판한 홍상삼이 1⅔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낸 두산은 삼성을 7-5로 꺾었다. 두산 오재일은 5-5로 맞선 7회 데뷔 후 첫 시즌 20호 홈런(솔로)으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지는 법을 잊었다. 7월 한 달간 2승3패 평균자책점 5.81로 잠시 주춤했던 그는 위기를 극복한 뒤 더 강력해졌다. 지난달 2일 LG전 이후로는 6연승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선정한 8월 MVP도 단연 그의 몫이었다.

이제 유희관은 두산 좌완 투수의 역사다. 지난해 18승을 올리며 구단 왼손 투수 최다승을 기록했고, 올해도 두자릿 수 승리를 올리면서 팀 좌완 최초로 4년(2013~2016)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이날 승리로 또 새로운 기록을 추가했다. 좌우완을 통틀어 구단 최초로 2년 연속 한 시즌 15승을 기록하며 통산 55승으로 이혜천과 함께 구단 좌완 통산 최다승 타이를 이루게 됐다. 그의 '느린 볼'에 대한 의심도 지워낼 만한 꾸준한 성적이다. 유희관은 이날도 최고 시속 133km의 볼로 타자들에게 맞서 승리를 일궈냈다.

 

-6연승을 거뒀다.

"초반에 좋았는데 어렵게 승부를 하려다 보니 더 점수를 주고 힘들게 한 것 같다. 오늘 승리는 점수를 많이 내준 타자들 덕분이다."

-구단 투수 역사를 계속 바꿔나가고 있다.

"오늘 승리 투수가 되면서 최초로 2년 연속 15승을 하고, (이)혜천이 형과 최다승 타이가 됐다. 두산 베어스의 왼손 투수로 기록을 써나가고 있다는 점에 개인적으로 뿌듯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8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고 교체됐는데 더 던지고 싶은 욕심도 있었나.

"그런 마음도 있었는데, 선두 타자를 내보내고 최형우 형에게도 큰 타구를 맞아 내려가기로 했다. (홍)상삼이가 제대를 하고 와서 오랜 만에 던졌는데 잘 막아줘 고맙다."

-7월에 어려움을 겪고 더 좋아졌다.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는 것 같다. 안 좋을 때는 다른 걸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더 안 좋은 게 생긴 것 같고, 좋은 흐름이 이어질 때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경기에 임하는 게 좋은 경기를 하게 되는 비결인 것 같다."

-지난해 18승을 하는 등 최근 4년 연속 10승 이상을 했지만 '느린 볼'에 대한 의심의 시선이 남아 있다. 늘 편견과 싸움 중이다.

"그것도 다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데뷔할 때보다는 그런 이야기가 그래도 많이 줄지 않았나. 앞으로도 내가 그라운드에서 보여준다면 그런 이야기가 더 사그라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4일 휴식 후 등판이었는데.

"힘든 건 모르겠다. 팀도 이기고, 나도 이기니까 기분이 더 좋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피로가 안 쌓이고 많은 공을 던질 수 있는 게 장점 같다. 오늘 경기 전에 8월 MVP로 선정된 걸 알아 더 기분 좋게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웃음)"

잠실=김주희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