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다박의 이너뷰] '군 면제' 손흥민·황의조, 하지만 병역혜택이 불가한 선수들
[글렌다박의 이너뷰] '군 면제' 손흥민·황의조, 하지만 병역혜택이 불가한 선수들
  • 심재희 기자
  • 승인 2020.05.19 15:27
  • 수정 2020-07-14 10:26
  • 댓글 0

황의조(왼쪽)와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병역 혜택을 받았다.
황의조(왼쪽)와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병역 혜택을 받았다. /육군훈련소 제공, 토트넘 페이스북

[한국스포츠경제=글렌다박 기자] 우리나라는 징병제 국가로서 병역법 제3조 1항에는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대한민국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운동선수에게 흔히 ‘군 면제’라고 부르는 합법적인 ‘체육요원 편입’은 두 가지로 방법으로 나뉜다. 하나는 올림픽 메달 획득이며, 또 하나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축구 선수 손흥민이 금메달 획득을 하지 못할 것을 대비해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내용은 ‘어느 메달리스트보다 이미 국위선양을 하는 손흥민 선수에게 군 면제 혜택을 부여해 달라’는 것이었다. 손흥민 선수의 소속 대표팀인 토트넘 홋스퍼 FC에서는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감하게 ‘2023년까지 계약 연장’이라는 주사위를 던진 상황이었고, 그는 와일드카드로 선발되어 금메달을 획득했다.

아슬아슬했다. 그에겐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외엔 입대를 피할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최근 3주간의 해병대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퇴소했다. 지난 4월 20일 훈련소 입소하는 날부터 퇴소하는 5월 8일까지, 국내 언론사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의 입대 배경, 향후 예상 등에 관한 기사를 쏟아냈다. 또한, 입대와 훈련과정은 외신을 통해서도 소개되었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손꼽히는 만큼 그의 입대는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았다.

이제 군 문제를 해결한 손흥민 선수에게는 더 빛나는 황금빛 날개가 돋은 것처럼 보인다. 그가 날아갈 때 얼마나 빛나는 길이 보일지 궁금해지니 말이다.

운동선수들에겐 국제 대회 성과에 따라 ‘연금’도 받을 수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지급하는 연금(경기력향상연구연금)은 평가점수 제도로 만들어져 있으며 올림픽 동메달의 평가점수는 20점이다. 4년 주기 세계선수권대회 1위는 45점, 1년 주기 세계선수권대회(장애인대회 포함) 1위는 20점, 아시아경기대회(장애인대회 포함), 세계군인체육대회 1위는 10점 등 올림픽 외에도 국제적으로 위상과 권위 있는 순으로 평가점수가 나뉘어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지 못하더라도 운동선수는 여러 다양한 국제 대회에서 수상하여 최저 평가점수인 20점을 채우게 되면 그때부터 연금은 10점당 15만 원으로 환산되어 매달 30만 원을 연금으로 지급 받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운동을 한다고 하면 당연히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종목의 대회를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또한, 학부형도 자녀의 놀라운 운동신경을 발견했을 때, 그들의 미래를 고려하여 비인기 종목보다는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종목에 입문하기를 원한다. 수많은 ‘세리키즈’와 ‘연아키즈’, 그리고 ‘슛돌이’ 등이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아무리 오랜 시간 열심히 훈련하고 또 분야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대회에서 최강자가 되더라도 병역법에서 언급하는 ‘체육 특기’로 인정받지 못하여 ‘군 면제’가 불가한 종목이 있다. 바로 씨름이다.

씨름은 201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겨루기 스포츠다. 기술은 공식적으로 54수가 있으나 실전에서 쓰일 수 있는 손, 다리, 허리, 혼합, 반격기술 등은 100개가 넘는다. 그 수많은 기술과 엄청난 심리전이 오가는 씨름. 몇 초 밖에 안되는 찰나의 순간에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경기이기에 관객으로서는 흥분과 짜릿함이 가득하다.

1980년대 씨름은 밤 9시 뉴스 방영이 천하장사 결승전 중계방송에 시간이 밀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씨름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갔다. 과거 초등학교 모든 씨름판이 설치 의무화여서 세대 대부분 국민이 씨름을 하고 볼 기회가 많았다면, 현 세대의 어린이들은 겨우 초등학교 교과과정 중 4, 5학년 사이 체육 과목 1, 2시간 중에 배운다.

그런데 작년부터 씨름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역주행’을 시작했다. 2018년 업로드된 제15회 학산배 전국장사 씨름대회 단체전 결승의 김원진과 황찬섭의 경기 영상이 커뮤니티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2020년 5월 기준으로 영상 조회 수는 300만 회를 넘었다.

일반 대중에게 씨름 인기의 파도를 탄 계기는 바로 KBS에서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태백에서 금강까지 - 씨름의 희열`이라는 씨름 토너먼트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대한씨름협회의 후원을 받았고, 김성주와 MC 붐이 출연, 이만기가 공식 해설위원을 맡았다. 국내 최정상 태백급 8명, 금강급 8명의 선수가 출연하여 우승상금 1억 원을 걸고 대결을 펼치며 프로그램은 그 승부의 과정을 그렸으며, 총 12회로 나누어진 에피소드의 마지막 결승은 생방송으로 진행되었다.

프로그램은 매회 인기리에 방영되었고, 프로그램 종영 후에 출연진들에 대한 취재도 많이 진행되었다. 그러면서 ‘천하장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한 국가의 혜택과 복지 수준은 어떤 상황일까?

'모래판의 황태자' 이태현 교수는 현재 모교인 용인대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한씨름협회 제공
'모래판의 황태자' 이태현 교수는 현재 모교인 용인대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한씨름협회 제공

10살 때 씨름에 입문하여 천하장사 3회, 백두장사 20회의 기록을 수립하고 지역장사 등 도합 총 40회의 장사 등극 후 2011년 15년간의 씨름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현재는 모교인 용인대학교 격기지도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이태현 교수는 “1990년대에는 20대 중후반이면 선수들이 은퇴하였지만 현재는 30대 중후반인 선수들도 있다. 선진 훈련 효과와 여러 환경으로 인해 평균 현역 선수 수명이 90년대보다 10년은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그는 “현재 씨름 선수들은 운동 실적과는 무관하게 군 복무를 해야 한다. 일반인과 같이 개인 사항에 따라 현역, 공익 또는 대체 복무로 나누어져서 군 복무를 한다”며 씨름 선수들의 군 복무 환경에 대해 말했다. 1980~1990년대는 대표적으로 이만기, 강호동 선수, 그리고 이태현 교수까지 대부분의 선수가 ‘과체중’으로 군 면제가 되었으나 오늘날 ‘과체중’은 군 면제 대상이 아니다.

이태현 교수는 "국내 연금제도는 국민체육진흥법에 근거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체육인 복지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복지사업 운영규정을 통해 체육인 `복지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복지사업`이란 국가대표 선수·지도자 재정 및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국제대회 우수한 성적을 거둔 자에 지원 비중이 크다."며 연금제도가 국제대회 종목에만 치중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연금제도에 대해서는 같은 대회 종목에 한정을 둔 만큼 현재로서는 씨름 진흥법에 연금제도 방법을 논의 법제화로 국가체육진흥 연금제도가 최적일 듯하나, 다른 스포츠 종목의 연금 제도를 벤치마케팅하는 것을 모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씨름연맹이 주관했던 민속대회를 활성화 시켜야 하며, 하루빨리 현대 지자체가 운영하는 씨름 종목 실업팀을 민속(프로)화 해야 한다”고 씨름 연금제도의 방향을 제시했다.

2019년 기준 대한씨름협회에는 90개의 초등학교 단체에서 560여 명의 선수가, 그리고 중학교에서는 56개의 단체에서 430여 명의 선수가 등록되어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29개의 단체에서 280여 명의 선수로 상급학교에 진학할수록 숫자는 반 토막이 된다. 대학은 17개에서 150명의 선수가, 그리고 일반(실업팀/생활체육 동호인 제외) 25개 단체에서는 190여 명의 선수가 등록되어 있다. 여성은 8개의 단체에서 30여 명의 선수가 등록되어 있다. 씨름 선수들은 군 복무도 해야 하고, 국제대회 종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에 연금혜택을 받지도 못한다.

그렇게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선수들은 은퇴 후 경기지도자, 교사 혹은 교수, 관련 체육계 종사자, 그리고 개인별 성향에 따라 진로가 나뉜다.

이태현 교수는 2018년 아프리카 모리셔스에서 씨름이 일류무형문화유산 유네스코에 남·북 공동 등재된 것을 전환점으로 씨름 국제화에 대한 기대감을 비쳤다. “씨름이 ‘민속놀이’와 ‘국제 스포츠’라는 두 가지 맥락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존하는 ‘국내 천하장사대회’를 ‘국제 대회’로 승격할 수 있도록 씨름 지도자를 해외로 파견하고 있으며 협약국 선정 체계를 잡아가는 중이다.” 그는 씨름 국제화를 위해 매년 여려 나라를 방문 중이며 특히 뉴욕 한인 체육회와 공동으로 매년 씨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태현 교수는 현역 선수들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도입해야 할 환경으로 다름 아닌 ‘씨름전용경기장 건설’을 꼽았다. “우리나라 민속놀이이자 스포츠인 씨름을 국가적 사업으로 보급하고 전통을 승계하기 위한 사업의 목적으로 후세들에 전함과 동시에 이제는 세계적인 스포츠로 전파 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선수 훈련 환경 개선을 위해 지역별 씨름전용경기장 건설이 우선이다.” 그는 덧붙여 말했다. “과거 모든 초등학교에는 운동장에 씨름판이 있었고, 누구나 초등학교 때부터 씨름을 접할 수 있었다. 기회 제공과 선수 확보 후 모든 선수가 직업선수가 될 수 없기에 종목에 관한 관심이 적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군 면제 혜택과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지급하는 연금제도가 없는 씨름계에서 씨름선수들이 동기부여를 가지고 씨름을 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사회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태현 교수는 “직업설계를 위한 후생 복지 사업, 직업선수 운동 연금제 도입(일정 상금 빛 연봉 적립) 등이 활발해져야 한다. 씨름 선수를 전업으로 할 수 있는 팀 확충과 국제 씨름 보급으로 지도자파견으로서의 일자리 창출. 또한, 씨름하면서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인식 제고, 그 외 씨름경찰특채 등 사회에서 은퇴 씨름 선수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여러 다방면 시각으로 모색 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국제 대회 종목도 아니지만, 그리고 국가의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다. 그러나 1600여 명의 선수들은 ‘씨름 선수’라는 것에 대한 큰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훈련을 하고 있다.

이태현 교수는 평생 함께한 씨름의 매력을 소개했다. “씨름은 우리나라와 함께 함께하였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역사가 깊고 국민 정서와 가장 잘 어울린다 할 수 있다. 씨름을 배움으로 우리나라 전통민속 운동을 배운다는 자부심과 전신 운동으로써의 신체적 발달. 항상 상대와 함께하기에 협동심, 상대에 대한 배려심. 현 사회가 중요시하는 사회적 공동체 의식을 자연스레 습득하게 된다. 과거 역사적으로 그러했듯 직업으로써의 부와 명예(천하장사 1억 원, 체급별 장사 3000만 원 상금)를 쌓을 수 있다. 모든 국민이 어려서부터 씨름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면 더 많은 장점과 의식 변화가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기 쉬워 둘 이상 모여 놀이로도 충분하고, 쉬운 경기규칙으로 인해 생활 체육으로도 좋은 종목이 우리 씨름이다.”

형평성이 기울어진 예술·체육요원의 군 면제 혜택 기준과 연금제도가 국제 대회 종목에만 국한되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머지않은 날 씨름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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