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현-고진영(오른쪽)/사진=KLPGA 제공.

[한스경제 박종민] “반반이었다. (고)진영(21ㆍ넵스)이도 워낙 잘 치기 때문에 마지막 퍼트를 할 때 많이 떨렸다.”

박성현(23ㆍ넵스)은 4일 충남 태안 골든베이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금융 클래식 최종 4라운드에서 우승한 후 ‘18번홀(파5) 마지막 퍼트가 챔피언 퍼트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박성현은 18번홀을 파로 마무리하고 자신을 추격하던 고진영의 마지막 퍼트를 멀리서 지켜봤다. 고진영이 버디를 낚으면 연장에 돌입하게 되는 상황. 그러나 고진영은 파세이브를 하는 데 그치며 결국 준우승했다.

박성현은 우승이 확정되고 나서도 기쁨을 속으로 삼켰다. 우승을 놓친 고진영과는 넵스 골프단 선후배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박성현은 고진영이 홀아웃할 때까지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 놓고 활짝 웃을 수 있었던 쪽은 넵스 골프단이었다. 넵스는 올 시즌 둘을 통해 투어 최강 골프단으로 거듭났다. 박성현과 고진영은 KLPGA 투어 다수 부문에서 1, 2위에 올라 있다.

박성현(7승)과 고진영(2승)은 다승 부문에서 각각 1위와 공동 2위에 자리해 있다. 대상 포인트 부문에선 박성현이 480점으로 1위에, 고진영이 423점으로 2위에 위치해 있다. 박성현(69.61타ㆍ1위)과 고진영(70.61타ㆍ2위)은 평균최저타수에서도 최상단에 위치해 있다. ‘톱10’ 피니시율 역시 박성현이 1위(73.33%ㆍ11/15)에, 고진영이 2위(61.90%ㆍ13/21)에 포진해 있다.

주목을 받고 있는 상금 부문에선 박성현(12억591만 원ㆍ1위)과 고진영(8억308만1,999원ㆍ2위)이 이미 양강 체제를 굳히고 있는 상태다. 고진영과 3위 장수연(5억9,054만7,943원)의 상금액 차이는 2억 원 이상 나고 있다. 박성현과 고진영의 올 시즌 상금 합계는 벌써 20억 원이 넘었다.

2009년 가구업계 최초로 골프 마케팅을 시도한 넵스는 올해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넵스 골프단의 한 관계자는 과거 본지와 통화에서 “고급 주방가구를 다루고 있는 데 디자인과 고급스러움 측면을 고려했을 때 여성 골퍼를 후원하는 게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골프 사업에 발을 들인 계기를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거물급 스타 선수를 영입하기 보단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을 발굴해 후원해왔다고 덧붙였다. 양수진(25ㆍ파리게이츠)과 김자영(25ㆍLG) 등도 넵스를 거쳐 간 선수들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지난해부터 박성현과 고진영이 맹활약하면서 넵스가 더 알려지게 됐다”며 “건설사 관계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특판가구 회사인데 소속 선수들이 꾸준히 우승을 하면서 영업할 때도 유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후원 선수들의 성적을 통해 이미지 제고를 꾀하곤 한다. 넵스는 KLPGA 투어 1, 2인자로 자리매김한 박성현과 고진영을 통해 기존에 갖추고 있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박성현과 고진영의 ‘1인자 경쟁’은 넵스 입장에선 ‘행복한 고민거리’다. 시즌이 종반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넵스를 위협할 만한 골프단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