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서연] 롯데그룹 2인자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로 주춤했던 롯데그룹 수사가 이번주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5일 신동빈 롯데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소진세(66)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게도 7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신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은 "신 총괄회장에게 검찰의 출석 요구사항을 보고했더니 본인이 고령과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출석이 어려우니 방문조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검찰에 소환됐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대한 재소환도 이번주 중 이루어질 예정이다.

신 전 부회장이 경영활동 없이도 한국 롯데 계열사로부터 약 10년 동안 400억원의 급여를 챙긴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맏딸 신영자 롯데문화재단 이사장의 급여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정신건강 문제로 회사 경영에 정상 참여가 어려웠음에도, 신영자 이사장은 횡령 혐의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줬음에도 연 수십억원씩 급여를 받았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일본 롯데로부터 거액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등기이사로 이름만 올려둔 신동주, 작년 20억원 보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작년 한해에만 호텔롯데와 롯데건설로부터 각각 5억2,700만원, 14억8,800만원(퇴직금 13억6,300만원 포함)의 보수를 받았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뒤 롯데상사·롯데리아·롯데알미늄·부산롯데호텔·롯데건설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뒤에도 이처럼 20억원이 넘는 퇴직금과 급여를 받은 만큼 이전 연봉의 규모는 이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신 전 부회장은 2006년부터 작년까지 10년간 호텔롯데·롯데건설·롯데상사 등 한국 롯데 계열사 7~8곳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400억여원의 급여를 받은 점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 적용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횡령 성립 여부는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 경영에 참여한 정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 신격호, 업무보고 한번 받지 않아도 41억원 받았다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휠체어를 탄 채 들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 전 부회장뿐만 아니라 신격호 총괄회장도 급여 논란을 피하긴 어렵다.

지난 달 31일 법원은 신 회장에게 한정후견인(법정대리인)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정신적 문제 탓에 신 총괄회장의 판단·사무처리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법원은 심판문에서 2010년, 2012, 2013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외래 진료 당시 기억력·지남력(시간·장소·주변 등에 대한 인식능력) 장애를 호소한 점, 2010년께부터 아리셉트(Aricept), 에이페질(Apezil) 등 치매 관련 치료 약을 지속해서 복용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렇게 ‘정상 사무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롯데제과(10억원), 롯데건설(5억원), 롯데쇼핑(16억원), 호텔롯데(10억원) 등으로부터 41억원에 이르는 급여를 받았다.

특히 지난 2분기에만 무려 640억원의 영업손실(적자)을 낼 정도로 최악의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쇼핑은 올해 상반기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작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8억원의 보수를 줬다. 신 총괄회장은 작년에도 롯데쇼핑으로부터 16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정신건강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작년 10월 총괄회장 집무실(소공동 롯데호텔 34층) 관할권이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넘어간 이후 신 총괄회장은 롯데쇼핑을 비롯한 그룹 어느 계열사로부터도 업무보고 한번 받지 않았다.

 

■ 신영자, 기업 이미지와 영업에 타격입혔지만 ‘보너스’까지

▲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지난 7월 '면세점 입점·관리 청탁'과 함께 금품 수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입점 로비 의혹으로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급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신 이사장이 촉발한 입점 로비 사건으로 지난 6월 이후 호텔롯데는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80억원대 뒷돈과 횡령 혐의로 기소돼 호텔롯데 이미지와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호텔롯데의 비상근 등기임원인 신 이사장은 상반기에 8억5,000만원의 급여와 4억9,600억원 상여 등 모두 13억4,600만원을 받았다. 작년에도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으로부터 27억6,800만원의 급여를 받은 바 있다.

검찰은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일본 급여 상황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처럼 신 회장도 일본 롯데 계열사에 이사 등으로 이름만 올리고 총 100억원이 넘는 급여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롯데는 “신 회장이 일찍부터 일본 롯데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며 정당한 보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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