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괴물로 만들어달랬더니 쓰레기가 됐어요, 그런데 시청자들은 쓰랑꾼으로 부르더군요.” 배우 유지태가 종영드라마 ‘굿와이프’로 얻은 ‘쓰랑꾼’ 별명에 꽤 만족한 눈치였다. 유지태는 여주인공 혜경이 남편으로 잘 나가던 검사로 인정을 받던 중 성스캔들에 휘말리며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로 인해 전업주부였던 혜경이 변호사로 다시 컴백하며 이야기가 시작됐다. 유지태는 동명의 미드 속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원작의 골격은 가져가되 그만의 느낌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를 원했다. 때문에 괴물이 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꽤 쉽지 않은 드라마에, 역할이었다. 종영을 마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한 편의 드라마가 아니라 긴 영화를 끝낸 듯 하다. 아쉬움이 남기도 전에 일이 많아 아직 연장선상에 있다. 마지막 촬영 때는 출연진 전부가 모여서 작품에 대해 얘기를 마친 것도 색달랐다.”

-결말의 고민이 많았던 드라마였다. 만족하는지.

“한국 정서와 시청자들의 호감도를 무시 못하니까. 흥행을 위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였다.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수록 정체성을 찾는게 보이면서 훨씬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 작가가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최종회 대본이 늦게 나와 대사를 외우는데 죽는 줄 알았다.”

-어떻게 끝나기를 원했나.

“정형화에서 벗어나 혜경의 감정이 드러나는 새로운 여성상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피력했었다. 그래서 이태준을 괴물로 만들어달라 했더니 쓰레기가 됐다. 그래도 시청자들이 쓰랑꾼(쓰레기+사랑꾼)으로 만들어줬다.”

-쓰랑꾼 별명은 어떤가.

“나 때문에 신조어가 생겼는데 뭐라고 해야 하지? 영예롭다고 할까. 위키트리에도 실린 걸 보니 재미있다.”

-원작의 캐릭터를 염두해 연기했나.

“재해석하고 싶었다. 원작과 별개로 내 해석도 틀리지 않았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대사에 치이는 상황에서도 완벽한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고 도전했다.”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중점을 둔 것은.

“이태준은 결코 단순하게 사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이태준의 사고 방식은 어떨까 하는 당위성을 찾으려 노력했다. 기능적으로 (대본에) 쓰인 캐릭터에 삶의 태도, 방식을 만들려고 했다.”

-대본을 많이 봤나 보다.

“원래 대본을 많이 보는 편이다. 연습량을 채우지 못하면 불안하다. 이번에 연기를 잘하고 싶어 대본만 들고 있었다. 어느 정도로 대본을 보냐면? 영업비밀이다, 하하하. 농담이고 최대한 많이 보려 한다. 드라마는 워낙 시간이 부족해서 대본을 손에서 놓기까지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실제 유부남이라 시청자들이 태준에게 이입을 쉽게 한 것 같다.

“요새 시청자들이 똑똑해져서 욕망과 야망에 사로잡혔다 추락한 태준을 캐릭터로만 보지 배우와 동일시하지 않는다. 욕하는 사람도 드물었고, 광고 요청도 들어오는걸 보니 많이 변했다.”

-배우이자 아내인 김효진에게 들은 말은.

“첫 대본을 보여줬는데 이태준을 싫어했다. 그렇게 살면 안된다면서. 나 역시 이태준 같은 사람을 싫어한다. 전근대적 사상을 가진 사람이다.”

-오랜만의 드라마 출연이었다.

“영화가 내 아이덴티티다. 그러나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즉흥연기가 필요하다. 드라마를 하면서 즉흥연기에 긴장하지 않고 유연하게 체화할 수 있는지 도전해보고 싶었다.”

-쪽대본, 초치기 촬영 등의 드라마 현장에 적응했나.

“그동안 드라마를 세 편하면서 어려운 게 쪽대본보다 쪽통대본이다. (대본을) 통으로 주고 사흘의 시간 내에서 전부 소화를 해야 했다. ‘굿와이프’도 특히 마지막회가 그랬다. 대사가 많으면 초긴장하는데 그래도 잘 소화했다.”

-시즌 2의 생각은 어떤가.

“로열티가 비싸서 이어질 수 있을까?”

-외적인 변화도 주었다.

“제작사에서 몸을 ‘벌크업’해달라고 부탁했다. 원작의 피터 플로릭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사실 요새 유행하는 몸하고는 거리가 있는데 한국 사람들이 봤을 때 커서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만 외국인들이 봐도 멋있어 보였으면 했다. 섹시함이 있는 위압감을 (몸으로) 만들려 했다.”

-어떻게 몸을 만들었나.

“러닝과 유산소 운동을 했다. 운동을 원래 좋아해 하루 종일도 할 수 있다. 크로스핏과 필라테스도 열심히 했다.”

-서재에서 전도연과의 러브신이 화제였다.

“동영상 클립 중 138만뷰 정도 기록했다. 다른 동영상들의 시청조회보다 두 배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찍었지? 빨리 찍어야 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웃음).”

-전도연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 작품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심했는데 전 선배랑 연기하면서 하길 잘했다. 촬영 첫날 4회 분량을 몰아서 찍느라 감정적으로 버거움이 있었다. 전 선배가 ‘이게 맞나’하면서 자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정 받는 배우가 매너리즘에 빠져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차기작은 영화다.

“11월 개봉될 볼링을 주제로 한 ‘스플릿’에서 망가지고 코믹한 모습을 보여준다. ‘굿와이프’의 이태준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진짜처럼 해야 하는 강박관념에 볼링 프로자격증을 따려고 했었다. 애버리지 0에서 180까지 친다.”

-대중에게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코믹연기에 더 도전하고 싶다. 진지한 것을 코믹하게 표현하는게 고급스러워 보인다. 중국 강문 감독의 ‘귀신이 온다’나 일본영화 ‘굿바이’처럼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는 작품을 하고 싶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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