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세 번째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강정호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KBO리그 역대 최고의 유격수이자 최초로 KBO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해 첫 시즌 만에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잡을 만큼 '악마의 재능'을 뽐냈던 강정호(33)가 다시 KBO리그로 돌아온다. 하지만 강정호 본인과 그의 복귀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겁해서다. 강정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KBO는 물론 메이저리그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 그것도 법률대리인을 앞세워 복귀 의사를 전했다. 이런 행태에 적지 않은 야구계 관계자와 야구 팬들은 실망감과 함께 화를 삭이고 있다. 

지금 강정호에게 가장 필요한 건 미움 받을 용기다. 케케묵은 '야구 보답론'은 해법이 될 수 없다. 비난과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강정호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행보만 놓고 보면 강정호에게 미움 받을 용기는 없어 보인다. 강정호는 25일 KBO가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제재를 결정한 지금까지도 뒤에 숨어 있다. 

강정호의 법률대리인 김선웅 변호사(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은 25일 KBO 상벌위 징계 결과 발표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강정호가 A4 2쪽 분량의 반성문을 상벌위에 제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벌위 결과가 나오면 직접 사과하는 자리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강정호는 현재까지 직접 사과보다는 소속사를 통한 사과문 전달에 머물고 있다.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다. 팬과 야구계의 실망감보다 KBO의 제재 수위를 우선적으로 염두한 뉘앙스가 읽힌다. 여기에 일을 처리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 강정호는 2014 시즌을 마친 후 빅리그로 진출했다. 당시 강정호는 히어로즈 소속으로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자유계약(FA) 자격이 아니기에 국내로 복귀한다면 여전히 원소속팀인 히어로즈가 보유권을 가진다.

지금까지 전례에 비추어 볼 때 보유권을 가진 원소속팀에 복귀 의사를 타진하는 게 먼저였다. 선수가 복귀의사를 밝히면 구단이 KBO에 이런 사실을 알리고 KBO가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음주운전 물의를 빚었던 임창용도, 국외 원정도박 논란을 샀던 오승환도 그랬다. 반면 강정호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야구계 관계자는 "구단을 통해 복귀 의사를 밝히면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도 마련 가능하고 선수와 구단 KBO 모두 깔끔할 수 있다"면서 "법률대리인을 통해 복귀 의사를 전한 강정호의 경우 구단으로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KBO는 여론의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모두가 껄끄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5일 KBO의 1년 유기 실격 등 제재 이후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2009년과 2011년, 2016년에 발생한 10년도 더 된 음주운전을 소급 적용해 중징계 하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여기에 키움 구단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키움 관계자는 "강정호가 구단에 일체의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요청이 있어야 검토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자칫 타인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음주운전을 무려 세 차례나 한 건 강정호다.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 이외 구체적인 사과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 역시 강정호다. 그런데 왜 KBO와 키움이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할까. 

베스트셀러 '미움 받을 용기'에 이런 내용이 있다. "자네가 불행한 건 과거의 환경 탓이 아니네.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자네에게 그저 '용기'가 부족한 것뿐이야"라고. 강정호에게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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