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아역은 떼고 배우라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만 열일곱의 나이지만 침착하고 어른스러웠다. 또래의 친구들과 달리 성숙했다. 작품과 연기를 얘기할 때면 어떤 이들보다 눈빛을 밝혔고 신념 또한 확고했다. 뜨거웠던 올 여름 구슬땀을 흘리며 드라마 ‘싸우자 귀신아’를 마친 김소현을 이른 아침에 만났다. TV에서 보는 모습 그대로 물 오른 상큼함에 잠이 덜 깬 눈이 번쩍 뜨였다.

-드라마 촬영이 힘들었을 텐데 어쩜 이리 피부가 곱나.

“좋은 분들과 해서 그런지 덜 힘들었다. 피부도 더 좋아진 것 같다(웃음).”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발랄한 연기를 펼쳤다.

“그동안 연기할 때 마음 편히 놓고 연기한 적이 별로 없었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정극처럼 잡힌 연기가 아니라 풀어진 연기를 했다. 새로운 내 느낌도 발견했다. 그런 점에서 발전할 것 같다.”

-박준화 감독은 어떤 면을 봤다고 하나.

“선뜻 밝은 역할을 줬을까 의문이었다. 많은 감독들이 내가 밝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들을 많이 품는데 말이다. 슬픈 역할을 많이 한데다 눈빛도 슬프다고들 했다. 한편으로는 성격이 차분하지만은 않아 내 모습을 표현할 수 있었다. 이번 콜이 좋은 기회였다.”

-극중 현지 캐릭터가 실제 성격같던데.

“애교있는 성격이 아니다. 오그라들어서 표현도 못한다. 귀엽고 사랑스런 역할은 이번이 처음인데 애를 먹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해야 하니까 하고 싶은대로 막 했다. 지나고 보니 나도 밝고 명랑한 연기를 할 수 있구나 알았다.”

-실제는 어떤 모습이길래.

“어릴 때부터 연기해 주변 상황이나 어른들의 눈치를 많이 봤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이 절로 된다. 그걸 깨고 싶어 선택했던 작품이 ‘페이지터너’였다. 캐릭터에 영향을 받지 않는데 ‘페이지터너’ 이후 성격이 바뀌긴 했다.”

-극중 세월이 멈춘 여고생 귀신을 연기했다. 무엇에 중점을 뒀나.

“여고생의 발랄함을 표현하려 했다. 다만 귀신이기 때문에 옷 같은데 집착하는 모습을 그렸다. 한번도 해보지 못한 아쉬움을 과장되게 표현하려 했다.”

-액션 연기도 상당했다.

“액션스쿨에서 연습을 되~게 많이 했다. 담도 걸려봤다. 액션연기를 할 수 있어 뿌듯했다. 드라마도 볼거리가 풍성해진 느낌이고. 사실 액션은 (옥)택연 오빠가 더 잘했다.”

-귀신 연기는 어떻게 연기했나. 또 실제로 귀신이 된다면.

“귀신이니까 들어도 듣는 사람이 없다고 판단해 큰 소리로 대사를 하거나 행동도 더 크게 활달하게 표현하려 했다. 내가 귀신이 된다면 외로움이 클 것 같다. 현지처럼 봉팔이를 만났으면 좋겠다.”

-매회 귀신이 등장했다. 촬영 때 무섭지 않았나.

“거의 밤에 찍었는데 익숙해 무섭지 않았다. 그러다 방심하고 있다 마주치면 깜짝 놀랐다.”

-귀신을 믿나, 귀신과 같은 다른 존재가 있다고 보는지.

“귀신은 있다. 편집할 때 오류가 많이 났다고 했다. 귀신이 그런게 아닐까? 귀신을 본 적은 없는데 애매하게 가위눌림을 경험한 적이 있다.”

-주요 인물 중 홍일점이고 막내였다.

“여배우가 혼자여서 더 즐겁게 하려고 노력했다. 택연 오빠에게 장난을 걸기도 했다. 막내에서 오는 단점은 없었다. 나이가 어려서 예쁨을 받았다. 오빠와는 열 한 살 터울인데 나이 차가 느껴지지 않았다.”

-옥택연과의 호흡은.

“택연 오빠가 눈이 맑다. 눈으로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아이컨택을 하면서 감정 전달과 호흡이 잘됐다. 오빠가 남자다워 상대적으로 여성스럽게 보일 수 있었다. 좋은 에너지를 받았는데 덩달아 업되서 현지 캐릭터가 잘 표현됐다.”

-옥택연과 러브신도 촬영했다.

“키스가 아니라 뽀뽀에 가까운 입맞춤이었다. 뜬금없이 나오면 이상했을 텐데 기억을 찾기 위한 설정이었다.”

-유일한 악역 권율은 어땠나.

“담백한 이미지에서 오는 사이코패스의 느낌이 강했다. 처음에는 안 무서웠는데 방송을 보며 촬영하니 눈에 악귀가 든 느낌을 받았다.”

-아역배우로 데뷔해 쉼없이 활동해오고 있다.

“중학교 때만 해도 고등학생이 되면 활동을 그만둘거라 예상했었다. 중고등학생 배우는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다. 고작 아역이거나 누구의 딸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 욕심이 많아졌다. 홈스쿨링을 택한 이유도 집중해서 (연기를)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었다.”

-외모의 역변도 피해갔다.

“마의 16세를 보낼 때 상당히 불안했다. 당시에 불안감이 크게 생겼었다.”

-사춘기는 어떻게 보냈나.

“엄마랑 계속 붙어있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던 때가 있었다. 내가 뭘 할 수 있다는 게 없는게 아쉽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당시에는 밖에 나가 혼자서 뭘 사지도 못했다. 그래서 엄마와 갈등을 많이 했다. 바꿔야 하는 시점이라 생각해 현장도 혼자 나가고, 직접 하는 일이 많아졌다.”

-미성년인데 돈 관리는 어떻게 하나. 가장 큰 지출도 궁금하다.

“한 달에 한 번 용돈을 받는다. 액수가 큰 용돈인데 쓸 일이 없다. 엄마 생일 선물로 10만원 정도를 지출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배우를 잠깐 하고 끝낼 게 아니다. 조급하지 않다. 준비를 잘해 천천히 가려고 한다. 주위에서 조바심도 내는데 빨리 가면 금방 체한다.”

사진=sidusHQ 제공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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