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춘자 KLPGT 신임 대표 선출을 둘러싼 골프계 안팎의 잡음이 거세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진실은 감추려 할수록 더욱 도드라져 보이기 마련이다. 다소 거창하게 말머리를 연 이유는 최근 말 많고 탈 많은 골프계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4월 29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를 총괄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주식회사(KLPGT)는 "최고경영자로서 리더십과 비전 제시 능력을 갖추고 골프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면서 대표이사를 공개모집 했다. 해당 공지 후 KLPGT가 미국프로골프협회(PGA)와 PGA투어처럼 전문 경영인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실제로 KLPGA회원과 기업의 전문경영인, 방송국 간부 등 최소 1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 

그런데 시작부터 뭔가 이상했다. 공모 기간은 황금연휴였던 4일부터 6일까지였다. 어린이날(5일) 휴일을 빼면 실제 이틀에 불과한 셈이다. 공모 기간이 지나치게 짧은 것에 의문부호가 붙었고, 공고 마감 후 지원 현황 및 공모에 따른 새 대표 선임 절차에 관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았다. 일반적인 공모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결국 KLPGT는 16일 이사회를 열고 새 대표이사로 강춘자 전 KLPGA 수석부회장이자 현 이사를 임명했다. 또 공동 대표이사로 이영미 KLPGA 부회장을 선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이미 강춘자와 이영미를 공동대표로 내정하고 공모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의혹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강춘자 신임 대표는 사실상 한국 여자골프계의 '권력 1인자'다. 1992년 KLPGA 전무이사로 부임한 그는 1999년 부회장에 선임됐으며 2011년부터는 수석부회장에 올랐다. 부회장만 20년 넘게 역임한 뒤 4월 이사회에서 수석부회장직을 내려 놓으며 4년 임기의 이사가 됐다. 당시 강춘자 대표는 "이사로 임명되더라도 어떤 자리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채 한 달도 안 돼 KLPGA 새 대표이사직에 오르며 깨졌다. 

강춘자 대표는 30년 이상 KLPGA 협회 임원으로 몸담으면서 막강한 영향력과 함께 사실상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최근 강춘자 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도 이런 배경 속에서 나왔다. 협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협회 사무국 전무와 사무총장은 물론 이사 상당수가 강춘자 사람"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KLPGA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키를 체육행정을 책임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쥐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프로 스포츠에 대해 자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큰 간섭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견제 구실을 해야 할 이사회가 그 기능을 상실하고 특정인에게 권력이 집중된다면 문제가 있다. 이번 KLPGT의 공모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지난 우리 역사가 증명하듯 권력 사유화의 종착역은 언제나 파국이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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