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게임 산업 연평균 매출 3조5000억원·일자리 3만4000명↓
총 생산 감소 효과 5조2500억원 이상…"게임 질병코드 도입, 취지 효과 내지 못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은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게임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전성민 가천대 교수, 유병준 서울대 교수, 이형민 성신여대 교수,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패널데이터 연구실장, 박혁태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 팀장,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정도영 기자

[한스경제=정도영 기자]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되면 게임 산업의 연평균 매출이 3조5205억원 감소하고, 약 3만4000명이 넘는 사람이 고용 기회를 잃어버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은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게임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연구에는 유병준 서울대 교수를 필두로, 전성민 가천대 교수, 강형구 한양대 교수가 참여했다. 토론회는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을 좌장으로, 연구진과 함께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이형민 성신여대 교수,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패널데이터 연구실장, 박혁태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 팀장이 참석했다.

연구 책임을 맡은 유병준 교수는 "2019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코드에 등재하면서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다"며 "단지 게임 산업 형태를 넘어 경제 후퇴의 신호가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실효성에 의문이 있는 관련 규제안들이 들어올 경우, 게임 중독을 줄인다는 취지보다 부의 효과가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며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되면 게임 산업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유수 관련 산업도 축소되고, 일자리 감소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들은 게임이용 장애의 질병 분류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유사 산업인 담배, 만화 등과 비교해, 부정적인 내용에 있어 산업이 축소되는 정도를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게임 산업은 연평균 2조80억원에서 3조5205억원의 매출 감소가 일어날 수 있으며, 게임 제작 산업 위축으로 인해 불필요한 수입액이 연간 약 8648억원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총 생산 감소 효과는 5조2526억원이 넘고,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더 큰 파급 효과가 발생할 확률은 약 60% 이상이다. 

또한 최소 49억9500만원의 의료예산과 치유 부담금과 같은 추가적 사회적 비용은 7000억원 이상 발생되고, 타 인터넷 산업으로도 질병 분류가 확대되면 연간 1416억원의 비용이 추가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 내용에는 개인 수준의 설문조사 내용도 담겼다. 응답자의 26.5%가 게임 이용 시간이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고, 28.9%는 게임 구매 금액이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게임 질병코드를 들어본 응답자는 44.8%에 달했고, 이로 인해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질 것이라고 37.4% 이용자가 답했다.

유 교수는 "잠재적 문제 이용 집단(과몰입 군)과 정상 집단을 분류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상적인 이용자는 소비를 줄이지만, 과몰입 군은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며 "게임 질병코드 도입이 취지 효과 조차를 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게임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 책임을 맡은 유병준 서울대 교수가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정도영 기자

연구 결과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을 뒷받침하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김유빈 연구실장은 "게임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가치 판단의 대상이 일자리, 고용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게임 산업의 매출 감소보다 고용 규모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며 "경기 하강 국면에서 게임 산업의 신규 채용은 줄고, 구조조정 등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게임업계 종사자의 평균 연령이 낮고,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청년층에 부정적인 영향이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승우 정책국장도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되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객관적 판단과 깊은 이해보다는 일방적 편견과 맹목적인 비난이 전개될 수 있다"며 "게임이 사회적 이슈, 강력 범죄의 원인이나 배경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박혁태 팀장은 "게임이용 장애의 질병코드 도입은 산업계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교육 현장에서도 나타날 것"이라며 "게임이 질병이라는 인식이 만연해지면, 유수 직종에서 인정받지 않는 직종이라는 인식과, 게임 인재를 희망하는 자녀의 학부모 입장에서의 반대도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이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면 게임 인재의 수요가 줄어들어, 게임 마이스터 고등학교나 게임인재원 등의 기능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장주 소장은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부모들이 자녀에게 클럽 가지 말고, 게임만 하고 집에 있어라고 한다"며 "오늘 발표가 게임 질병코드 도입에 있어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논의가 촉발되는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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