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김창권 기자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면 극중 양석형(김대명 분)은 부모가 재벌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장을 통해 자식이 자신의 사업을 물려받길 원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직업인 의사로 남고 기업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기로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오너가 있는 기업이더라도 경영과 소유를 별도로 생각해 전문경영인을 도입한 사례를 여럿 볼 수가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오너 일가가 경영을 직접 이끌어가는 문화가 정착돼 있고,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그런 현상은 눈에 띈다.

흔히 말하는 굴지의 대기업들을 보면 선대 회장이 임종을 하면 그의 자녀들이 기업을 이어받으며 사업을 지속해가는 형식이 보편적이었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전문경영인에게 사업을 맡기는 형태가 종종 나오고는 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는다고 한 점 때문에 전문경영인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전문경영인은 사전적으로 기업의 소유자가 아닌 사람이 경영 관리에 관한 전문적 기능의 행사를 기대받아 경영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는 말 그대로 기업의 오너 대신 회사의 미래나 변화를 이끌어가는 기업의 대표로서 사업을 키워나가는 역할을 맡는다.

그간 전문경영인은 오너의 부재나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경우 회사를 총괄해 운영하는 경우가 있지만 아직까진 오너 일가가 기업을 물려받아 기업 경영 전반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LG그룹의 경우 고(故)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카 구광모 현 LG그룹 회장을 양자로 입양해 그룹을 이어가도록 했다. 이처럼 오너 일가가 기업을 이끌어가는 문화는 너무도 익숙한 상황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 기업집단 중 재계 순위 5대 그룹에 꼽히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은 모두 2·3·4세대로 1대 창업주에게 기업을 물려받아 최고경영자(CEO)로서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 순위 1위인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6일 경영권 승계의혹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에서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일대의 혼란을 가져왔다.

오너 일가에서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는다면 전문경영인을 통해 기업을 맡긴다는 말로 해석되면서 국내 1위 기업 삼성이 그간의 재계에서 이어져 오던 승계 문화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삼성의 경우 국내 경제에서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이 큰 만큼 다른 기업에서도 삼성을 롤 모델로 삼고 경영방식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삼성의 변화에 큰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재계에서는 오너가 직접적으로 이끌지 않는 기업의 경우 전문경영인은 실적에 대한 압박 등으로 인해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나 변화에 소극적일 수 있고, 급박한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이는 다른 얘기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미 각 사업 부문별로는 전문경영인을 도입해 운영하면서 성과를 내고는 있지만 오너가 경영에 참여를 안 한다는 것 자체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경쟁사로 꼽히는 애플의 경우 고 스티브 잡스가 창업주로 경영을 이끌어 가다 후계로 전문경영인인 팀 쿡을 애플 CEO로 낙점했다. 이후 2011년부터 지금까지 경영 전반을 이끌며 미국 최대 기업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점을 볼 때 전문경영인은 굳이 나쁘게 볼만한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아직 삼성에선 승계에 대한 입장만 밝혔을 뿐 정확한 기업 운영방식이 거론된 적은 없어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만큼 향후 삼성이 가져올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려나가길 기대해 본다.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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