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소속 국가대표 세터 한선수. 다음 시즌 세터 출신 외국인 감독 로베르토 산틸리와 호흡이 기대된다. /OSEN

[한국스포츠경제=김준희 수습기자]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에 사상 최초 외국인 사령탑이 등장했다. 이탈리아 국적 로베르토 산틸리(55) 감독이 대한항공 점보스 지휘봉을 잡았다. 이미 여자부에서 이다영(24ㆍ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이 스테파노 라바리니(41)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1 대 1 집중 과외를 받아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한 전력이 있다. 과연 대한항공에서 ‘산틸리 키드’로 거듭날 선수는 누구일까.

대한항공은 지난달 24일 산틸리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선진 훈련 시스템 접목과 더불어 유럽 배구 기술을 습득하고, 선수단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새로운 변화’다. 대한항공은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던 박기원(69) 전 감독과 결별을 택했다. 박 감독의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내부적으로 정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산틸리는 우리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변화를 줄 수 있는 지도자”라며 “클럽팀과 여러 대표팀 감독을 경험해 지도력도 검증됐다”고 자신했다.

남자부 최초 외국인 지도자인 만큼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적으로 거는 기대도 크다. 외국인 사령탑 효과는 여자배구 대표팀을 참고하는 게 좋을 듯하다. 산틸리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국적 라바리니 감독이 지난해부터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라바리니(왼쪽)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과 이다영의 모습. /OSEN

라바리니 감독은 부임 후 “한국 여자배구 스타일을 바꾸고 싶다”는 뜻을 천명했다. 좀 더 공격적이면서 스피드가 가미된 배구를 추구했다. 결국 기존 김연경(32) 등 핵심선수에 의존하던 유형에서 벗어나 다양한 포지션과 선수를 활용하는 ‘토털 배구’로 거듭났다. 올해 1월 열린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에서 5전 전승을 따내며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특히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은 라바리니호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선수다. 그는 라바리니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 핵심 자원으로 성장했다.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으면서 기량도 일취월장했다. 지난 시즌 V리그 여자부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언급되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대한항공이 산틸리 감독에게 거는 기대도 마찬가지다. 선진 배구 도입과 더불어 국내 핵심 자원 성장을 목표로 두고 있다. 그렇다면 ‘산틸리 키드’가 될 유력 후보는 누가 있을까. 우선 ‘국가대표 세터’ 한선수(35)가 꼽힌다. 산틸리 감독은 현역 시절 세터로 활약했다. 감독 부임 후 인터뷰에서도 “한선수를 눈여겨봤다”고 언급했다. V리그 정상급 세터인 한선수가 산틸리 감독을 만나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준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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