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 오프라인으로 열린 국내 첫 영화제 제56회 대종상영화제가 썰렁한 행사로 마무리됐다. 올해도 많은 이들이 시상식에 불참했고 대리수상이 이어져 아쉬움을 더했다.

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제56회 대종상영화제가 열렸다. 방송인 이휘재, 모델 한혜진이 MC를 맡아 진행했다.

이날 영화제의 주인공은 예상대로 ‘기생충’이었다.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여우조연상, 시나리오상, 음악상까지 5관왕을 기록했다.

작품상 수상 후 무대에 오른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는 “2018년 이 즈음에 현장에서 열심히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작년 이쯤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났다”라며 “그 때 현장에서 영화를 함께 만든 분들과 극장을 채운 관객들이 너무 그립다”라고 코로나19 시국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시기를 잘 극복해서 다시 스크린을 즐겁게 마주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병헌 역시 현 사태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백두산’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그 어떤 재난보다 영화 같지 않나 싶다”고 했다.

이어 “오늘은 유난히 낯설고 어색하다”라며 현저히 적은 참석율과 함께 코로나19 예방 조치로 ‘거리두기’를 시행한 상황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본지 오래됐을 것이다. 아무쪼록 빠른 시일 내에 관객들과 울고 웃는 날이 왔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밝혔다.

‘유열의 음악앨범’으로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정해인은 “이 상은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잘 하라고 주신 상으로 생각하겠다”라며 “‘유열의 음악앨범’이라는 소중한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해준 정지우 감독님, 김고은 배우, 현장에 계신 스태프 덕분이다. 그리고 유열 선배님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죄많은 소녀’로 신인여우상을 받은 전여빈은 “너무 떨린다”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운을 뗐다. 이어 “치열하게 연기했던 그 시절이 생각나서 마음이 울컥하게 됐다. 이 멋진 영화에 함께할 수 있도록 캐스팅할 수 있도록 도와준 김의석 감독님께 감사하다”며 “배우생활을 언제까지 할 지 모르겠지만 처음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대종상영화제는 MBN이 생중계됐으며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혼란스러운 시국 속 열린 첫 국내영화제로 주목 받았지만 현저히 저조한 참석율과 썰렁한 분위기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대종상영화제는 1962년 제1회 시상식이 열린 이래로 꾸준히 열린 국내 대표 영화 시상식 중 하나다. 그러나 그동안 주최기관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와 주관기관인 조직위원회 간 내부 갈등과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이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2015년에는 시상식에 불참하면 상을 주지 않겠다고 밝혀 남녀주연상 후보 9명 전원이 시상식에 불참했다. 지난 2018년에는 영화인들 외면 속에 수상자 절반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아 대리 수상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땅에 떨어진 대종상 권위를 되찾으려면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김구회 조직위원장은 “화합의 길로 가는 영화제였으면 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먼 대종상영화제임이 여실히 느껴진 시상식이었다.

사진=임민환 기자 limm@

다음은 수상자(작) 명단

▲신인남우상: 정해인(유열의 음악앨범)

▲신인여우상: 전여빈(죄 많은 소녀)

▲신인감독상: 김보라(벌새)

▲의상상: 이진희(안시성)

▲미술상: 서성경(사바하) 

▲시나리오상: 봉준호 한진원(기생충)

▲음악상: 정재일(기생충) 

▲남우조연상: 진선규(극한직업)

▲여우조연상: 이정은(기생충)

▲기획상: 김미혜 모성진(극한직업)

▲편집상: 이강희(엑시트) 

▲조명상: 전영석(사바하)

▲촬영상: 김영호(봉오동전투)

▲기술상: 진종현(백두산)

▲감독상: 봉준호(기생충) 

▲여우주연상: 정유미(82년생 김지영) 

▲남우주연상: 이병헌(백두산)

▲공로상: 신영균

▲최우수작품상: 기생충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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